세계 최대 ‘아기 수출국’이 대면하는 뼈아픈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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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0
By 최상훈(Choe Sang-Hun)
고국으로 돌아온 입양인들이 정부에 비도덕적인 입양 산업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입양 제도는 수십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
지난 7월 덴마크 코르소에서 미아 리 소렌슨과 덴마크 부모님 릴리안 핸슨(72), 벤트 핸슨(74). 출처: 크세니아 이바노바/뉴욕타임스
미아 리 소렌슨의 덴마크 부모님은 그녀를 입양 보낸 건 한국의 친 가족이라고 말해주었다. 입양 서류를 보면 그녀는 1987년 미숙아로 태어났다.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가족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그녀를 해외로 입양 보냈다.

지난해 소렌슨이 한국에서 친부모를 만났을 때, 그들은 그녀가 살아있다는 걸 믿지 못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출산 도중 의식을 잃었고, 깨어났을 때 병원은 가족에게 '아이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한국은 입양을 통한 해외 이주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다. 전체 해외 입양 건수는 세계 최대다. 1953년 한국 전쟁 이후 외국으로 보내진 아이들은 20만 명에 달한다. 주로 미국과 유럽으로 보내졌다.

그 입양이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나라임에도 그렇다. 2021년 국가 간 입양 규모 상위국은 콜롬비아, 인도, 우크라이나, 한국이었다. (2020년 팬데믹 발생 전에는 중국이 1위였다.)

과거 입양 산업에 부패와 위법 행위가 흔하게 행해졌다는 의혹이 높아지면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입양산업에 대한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 정부가 국내에서 여러 캠페인을 펼쳤지만, 한국 가정은 아동 입양을 꺼렸다. 전후 수십 년 동안, 한국은 의료 서비스가 열악하고 복지 예산이 부족한 빈곤 국가였다. 입양 전문가들은 그런 이유로 고아가 되었거나, 버려졌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입양해 줄 수 있는 가정을 해외에서 찾는 것이 시급했다고 말한다.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가서 도움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가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해법으로 제시된 해외 입양을 부추기는 데만 급급했고, 이는 수십 년간 이어온 입양 산업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입양 업체의 이윤 추구가 문제였다. 그들은 입양 아동 수를 늘리기 위해 서류를 위조하거나 불분명하게 기록했으며, 친부모 모르게 입양을 추진하기도 했다. 많은 미혼모들은 아이를 낳기도 전에 입양 서류에 서명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입양된 아이들이 새 가정에서 적응을 잘 못하거나 학대를 당해도 후속 조치가 거의 또는 아예 이뤄지지 않기도 했다.
지난 7월 덴마크의 집에서 소렌슨이 막내아들 엘리엇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벽에는 한국 부모님과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출처: 크세니아 이바노바/뉴욕타임스
최근 이 같은 문제 대부분은 줄고 있는 추세다.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미혼모에 대한 정부 지원이 확대됐고, 해외 입양의 법원 승인을 의무화하는 등 정부가 입양 절차에 대한 정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양산업 초기 수십 년간 자행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았다.

책임 규명을 위한 노력은 최근 몇 년 간 한국으로 돌아온 입양인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세대의 연구진 및 정치인들과 협력하여, 오랫동안 공개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던 뼈아픈 입양의 역사를 규명하려 한다.

소렌슨은 한국의 입양이 “인신매매와 다를 바 없다”며 “내게도 일어난 일이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일을 당했을까?”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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