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공화주의여! 정치를 바꾸는 청년들의 저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4/08/06
  • 성일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비>, 2021 - 애런 존슨


“청년들이여! 언제나 정의와 함께 있으라. 그대들의 내면에서 정의의 관념이 희미해지는 날, 그대들은 파멸하리라.”


“아직 이해관계나 인간관계가 뒤얽힌 이전투구에 휩싸이지 않은 그대들, 아직 어떤 비열한 사건에도 연루되지 않은 그대들, 순수와 선의로 목청껏 외칠 수 있는 그대들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정의의 완성을 위해 일어날 것인가?”


최근 영국과 프랑스에서 치러진 총선의 결과에서 문득 에밀 졸라가 1898년 1월 18일에 쓴 「나는 고발한다(J’accuse)」의 몇몇 대목이 떠오른 것은 극우적인 보수 반동의 기류를 강력 저지한 젊은 세대에게서 졸라가 간절히 바란 청년상(像)을 보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청년들은 최근 전국 곳곳에서 최루탄 가스 속에 “파시스트를 반대한다”면서 반(反)극우 시위를 벌였고, 영국 청년들은 보수당 정권의 무조건적인 이스라엘 지원과 미국 지지에 분노감을 표출했다.

아무런 근거 없이 권력과 언론이 유대인 드레퓌스를 모함하고 간첩죄 누명을 씌울 때,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통해 재심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당시의 극단적인 극우 세태를 비난했다. 보수세력과 이들의 지원을 받은 일부 청년들은 졸라의 글이 실린 신문을 길거리에서 불태우고, 초상을 목매달았으며 “졸라를 죽여라”, “유대인을 죽여라!” 따위의 구호를 외치면서 유대인 상점을 약탈하거나 유대인에게 테러를 가했다.

하지만 졸라는 ‘청년들에게 고함’이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청년들에게 정의로움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당히 호소했다. 청년세대가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와 자유는 윗세대가 피 흘린 투쟁의 대가로 이루어진 성과들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아 달라는 졸라의 발언은 점차 청년들을 움직였다.

사실, 졸라의 말처럼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졸라의 조국인 프랑스에서는 1789년 전제군주의 상징인 바스티유 감옥의 습격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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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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