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해야 하는 진보
2024/08/05
한성안 | 경제학자
분단된 노동시장에서 '실체노동'은 환희에 차 있으니, '그림자노동'은 탄식하고 있다
노동은 자기를 실현하는 방식인가, 생계 수단인가? 전자의 경우 노동은 환희로 충만한 유희가 되지만, 후자일 경우 그것은 고역에 찌든 멍에가 된다. 보통 둘 다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에게 노동은 유희가 되지만, 다른 이에게 노동은 멍에가 된다. 즐거운 노동은 높은 소득으로 보상받고, 고용이 안정적이며, 명예롭지만, 고역의 보상은 낮고, 불안정하며, 멸시와 비난을 받는다. 노동시장은 이렇게 이중구조로 분단되어 있다. 더욱이 전자의 화려함과 갈등관계는 문학과 드라마의 소재로 인기를 누리나, 후자의 신음과 비탄은 멸시와 외면 속에서 은폐되고 만다. 전자는 ‘실체’요, 후자는 ‘그림자’다! 실체들의 삶은 ‘과잉’에 번민하지만, 그림자들의 나날은 ‘결여된 기본’으로 고통는다.
그림자 노동의 어두운 현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6411의 목소리 지음, 2024, 창비)는 이 숨은 노동과 그림자 노동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먼저 ‘멸시받는 고역’, 곧 청소노동, 배달노동, 대리운전, 건설노동, 이주자노동처럼 적어도 이름 정도는 붙어있는 노동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동시에 이름조차 없어 부를 수 없고, 드러날 수도 없는 노동, 그래서 법전에는 나오지 않는 노동, 관료들의 서류에는 적혀 있지 않은 노동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다. 자활노동자, 타투이스트, 웹툰작가, 유튜브 크리에이터, 프로축구 4부리그 선수, 번역가, 기숙학원 노동자, 도축검사원, 대리운전 노동자, 소설가, 헤어디자이너, 장애인 노동자, 사회복지사, 탈북민, 예능작가, 폐지수집노동자, 캐디, 고객센터 상담원, 간호조무사, 출판노동자, 방송작가, 독립공연기획자, 배우, 주차노동자, 동네서점 대표, 학교급식노동자 등 노회찬 전 의원을 비롯해 75명이 멍에의 삶을 차분한 어조로 그려내고 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