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의 대리 희생자가 된 한반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4/01/13

 김준형 l 한동대 국제정치학 교수, 전 국립외교원장

윤석열 정부의 외교 실패와 대안


오늘날 국제질서는 지난 30여 년 동안 지속되었던 탈냉전 체제의 협력적이고 통합적인 글로벌 거버넌스가 무너지는 한편, 배타적 민족주의와 지정학적 진영대결 구조가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초강대국들의 세력 변동으로 국제질서의 불안정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와 더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탈냉전 이후 한계 속에서도 어느 정도 작동했던 협력안보 또는 공동안보는 무력화하고, 지정학의 도래와 각자도생의 파편화가 거세게 휘몰아쳤다.
그러나 현 국제질서가 신냉전인가에 대한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미국이 대중봉쇄를 위해 노골적으로 가치와 이념에 의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진영을 나누고 있으나, 그것만으로 신냉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섣불리 신냉전으로 규정하면 과거처럼 하나의 진영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 쉽다. 미국의 주도로 추진되는 글로벌 진영화의 이면에는 다양한 행위자들의 서로 다른 실익 추구가 작동함으로써 진영의 경계가 모호해질 뿐만 아니라,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로만 간다는 진단도 섣부른 예단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연대하고, 북한 역시 대중 및 대러 접근을 서두름으로써 미국을 상대로 협력을 공고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러시아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미·중 이외의 다극질서를 촉진하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경제적으로도 브릭스(BRICS)의 급부상이 기존 세계 경제의 지배력을 가진 G7을 맹추격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역전도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런 현상들은 과거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확실하고 분명하게 양분하고, 각 진영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했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더 혼란스럽고 위험한 다극화와 파편화

그렇다고 이러한 파편화와 다극화 현상이 신냉전보다 바람직하다거나, 또는 위기가 아니라는 뜻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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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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