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줄이기 위해서는
202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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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술 먹다가 군대 얘기만큼 자주 나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학창 시절 맞은 이야기죠.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는 덜 맞은 편에 들어간다고 자부하지만 제게도 가끔 꿈에 나오는 광경이 있습니다. 험상궂은 체육 선생님이 아니라 야리야리한 여자 영어 선생님한테 두들겨 맞았던 기억 때문이죠. 그 선생님은 쪽지 시험을 즐겨 봤는데 짝끼리 돌려 채점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답안지를 돌려받으니 ‘빵점’인 겁니다. 당시 짝하고 사이가 극도로 안좋을 때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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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쉼표와 마침표를 표기하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야 이건 너무하는 거 아니냐 짝지랑 말다툼이 벌어지는데 영어 선생님이 와서 답안지를 보더니 판정을 내렸습니다. 빵점 맞네. 당시 그 선생님이 체벌 방식은 두툼한 투명 플라스틱자로 틀린 문제 수만큼 뺨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스무 대를 맞아야 했지요. 그런데 그날은 너무 억울하더군요. 원래는 눈살 찌푸리고 아파해야 맞는데 눈을 있는 힘껏 치켜떴습니다. 떨어지는 자를 바라보면서요. 그러더니 열 대를 더 때리더군요. 반항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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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본 축에도 못드는 경험으로 왕년의 학교를 고발(?)하려는 의도도 없고, 애들 건드리기는커녕, 훈계나 꾸중한 걸로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고발당하고 목숨을 끊는 요즘 세상에 예전 학교를 갖다 대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대체 왜 이렇게 양쪽으로 극단인 세상에 우리는 살아야 할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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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맞은 건 비교도 안 되게 두들겨 맞고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면서도 학생들은 어디에 호소할 데도 없었습니다. 교사에게 맞아서 고막이 나가도 치료비나 받으면 다행이었고, 맞은 데가 짓물러서 덧나도 그 위를 또 맞는 일도 흔했습니다. 육성회장 아들이나 자모회장 딸이면 모를까 정상적인 경로로 그 폭력에 항의하거나 바로잡거나 제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무기력했죠. 그리고 그 무기력함 위에서 일부 교사들은 악마가 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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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이선우 감사합니다 ^^
정말 정말 공감되는 글입니다. 나쁜 놈을 잡아봤자 사실상 상황을 바꾸지는 못하고, 시스템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정확히 똑같이 생각을 하신 분이 계셔서 정말 깊이 공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