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2024/01/23
언어는 필연적으로 변화하고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쉽게 오염되기 때문이다. 정희진 작가의 글은 언어의 오염성을 고발한다. 내가 쉽게 사용한 단어에 어떤 규범과 권력과, 심지어는 폭력이 매달려 있었는지 들춘다. 그리고 한자의 뜻을 풀어헤치며 단어가 만들어진 원래의 목적을 뜯어낸다. 거기엔 우리 삶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론이 있다.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조심스러운 태도에 나는 송구해졌다. 겁 없이 시작한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 지금껏 쓰고 있지만, 무게를 느껴온 적은 손에 꼽는다. 저자는 글을 쓰는 자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말한다.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기록자 또는 전달자로서의 위치를 조심스럽게 여긴다. 단순 인용에 덧붙인 "무례와 곡해와 요약의 폭력성을 무릅쓰고... 옮겨본다"는 말의 사려 깊음에 감탄했다. 서슴 없이 문장을 만들어온 나의 쓰기가 부끄러웠다. 언어의 가벼움과 글쓰기의 무거움을 알려준 책이다.

저자는 통념을 뒤집는다. 약자의 입장에서, 약자를 대변하고, 약자에 공감한 결과일까. 통념은 강자의 논리였다. 언어의 오염도 마찬가지였다. 단어와 관용구와 속담과 비유는 권력자가 쓰이는 대로 굳어진 결과물이었다. 저자가 뒤집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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