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키워드가 교차된 책이다. 여성과 남성, 삶과 죽음, 개인과 국가, 사랑과 증오, 선과 악. 전쟁에는 서로 반대라고 알고 있는 모든 개념이 서로 겹쳐 있었다.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되 구분하지 않았고, 죽이기 위해 애쓰는 일과 살리기 위해 애쓰는 일이 공존했다. 전쟁에 참여하는 일이 개인의 목적인지 국가의 목적인지 불분명했고, 적국의 병사를 마주하며 선악의 구분을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 농도 짙은 삶의 공간에서 이분법은 통하지 않았다. 복잡하기만 한 세상이 압축될 뿐이었다. 책이 담고 있는 짧고 긴 이야기를 읽어내리며 수없이 울었다. 그 울음은 감동과 안타까움을 계속해서 넘나들었다. 인간은 아름다웠고, 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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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보이지 않는 곳을 비춘다. 기록되지 않은 목소리를 담았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에서 한 친구가 ‘기록하는 주체’의 권력을 언급했다. 그는 아우슈비츠를 예로 들었는데, 아우슈비츠가 독일어라는 사실을 짚어주었다. 유대인 학살을 상징하는 ‘아우슈비츠’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