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강낭콩에 ‘미국놈’들이 특허를 냈다고?”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4/01/13

알랭 아마리글리오 l 교사 및 작가


멕시코산 강낭콩, 호박, 옥수수의 슬픈 이야기
올메카 문명, 마야 문명, 그리고 아스테카 문명까지, 오늘날 우리가 멕시코라 부르는 중앙아메리카 끝자락의 민족들은 당시 서구권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식물인 강낭콩, 호박,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들이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식물학적 지식과 경험은 콘키스타도르와 미국의 악질 상인들에 의해 파괴됐다.
 
아티초크와 후추나무는 열과 염증을 가라앉히고 소화를 촉진한다.


누가 기억할까? 강낭콩은 그 옛날 멕시코인들이, 신에게 받은 선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멕시코인들의 조상에게 강낭콩을 선물한 케찰코아틀 신은 깃털 달린 신비한 뱀의 형상을 지녔다. 흔히 식용되는 플라젤렛빈, 북부의 아리코 랭고, 코코 드 팽폴, 방데주의 모제트, 아리코 타르베. 이 콩들에서 뭔가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이유일 것이다. 강낭콩에 붙은 지역명들은 이들이 모두 같은 열대 칡 식물에서 파생됐다는 사실을 잊게 한다.
『잭과 콩나무』를 읽었거나 정원을 가꿔봤다면 알 것이다. 강낭콩(Phaseolus vulagris)의 줄기는 감고 붙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1) 강낭콩의 줄기는 홀로 위로 자라기에는 연약해, 뭔가를 나선 형태로 휘감으며 빛을 향해 나아간다. 언제나 반시계 방향으로 말이다. 로마인들은 여기서 불길한 징조를 봤을지도 모른다. 
 

케찰코아틀은 옳았다

그러나 로마인을 포함해 유럽인이 강낭콩을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였다. 로마인들은 깃털 달린 뱀인 케찰코아틀이 인간의 식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제공했던 옥수수와 호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긴 세월, 케찰코아틀은 인간을 만족시킬 식물을 찾아 헤맸다. 그러던 중에 케찰코아틀은 불개미가 옥수수 낱알을 가지고 가는 모습을 봤다. 그는 불개미를 따라가다가 산에까지 올랐는데, 그 개미가 좁은 틈 안으로 사라져버리자 검은 개미로 변신해 불개미를 끝까지 따라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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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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