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정치적 부족주의』

2022/11/28
우리는 부족의 구성원이다
우리는 모두 부족에 속해있다. 석기 시대의 우리 조상들만이 부족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많은 것들은 같은 요소를 지닌 사람들 간에 집단적 동질감을 형성하고 친밀함을 느끼게 한다. 그렇게 하나의 사회적 '부족'이 형성되면 부족적 정체성은 우리의 행동 방향성을 규정하게 된다.
인터넷 상의 많은 갈등 역시 부족적 정체성에서 기인한다. 우리의 연예인, 스포츠 팀, 대중문화 장르에 대한 기호는 단순한 호오의 표시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팬덤이라는 형태의 문화적 부족에 속하게 하는 힘을 가진다. 팬덤적 정체성의 이름 아래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인터넷 어느 곳에서는 끊임없는 키보드 배틀이 이루어지고 있다. 종종 일어나는 서로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 간의 갈등에서도 개별 인터넷 커뮤니티에 대한 소속감으로 구성되는 부족정체성이 갈등의 중요한 증폭 요인이 된다.
부족 정체성에 의한 갈등은 온라인 상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그보다도 더욱 강할 부족 정체성들이 인종, 민족, 재산 등의 이름으로 현실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현실 세계의 정치적 갈등의 중요한 원천 중 하나이다. 부족적 갈등은 민주적 타협과 합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무수한 인명 피해가 수반되는 참혹한 분쟁을 초래하기도 한다. 에이미 추아의 『정치적 부족주의』는 자본도 이념도 아닌 부족 정체성이 현실 정치에서 갖는 중요성을 조명한 저작이다.



슈퍼집단 미국과 부족주의
이른바 '미국예외주의'적 입장에서 미국이 갖는 독특한 특징들은 여러 측면에서 강조되고 있다. 그 중 『정치적 부족주의』의 1장에서 강조되는 미국의 특성은 슈퍼집단으로서의 특성이다. 저자는 슈퍼집단을 '내부에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다민족적 하위집단들을 포함하면서 그것을 포괄하여 내부 모든 구성원들에게 단일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집단으로서의 국가'로 정의한다. 슈퍼 집단으로서의 미국은 강한 국가 정체성이 존재하는 동시에 하위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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