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식의 머선말29④|사이버 렉카: 최속의 황색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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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5
사이버 렉카: 최속의 황색 언론

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면 늘 달려오는 차들이 있다. 우선 구급차가 있을 것이고, 경찰차가 있을 것이며, 때로는 소방차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 외에도 또 하나 달려오는 차가 있으니 사고 차량을 처리하기 위해 나타나는 사설 견인차, 이른바 ‘렉카(wrecker)’이다.
‘렉카’ 자체는 개인이나 사설 업체가 운영하는 견인차를 뜻하는 일반적인 단어지만 때때로 그 뒤에 벌레 충(蟲) 자를 붙여 ‘렉카충*’이라는 멸칭이 쓰이기도 한다. 이는 사설 견인 차량들 중 이익에 눈이 멀어 차량을 불법 개조하거나 난폭 운전을 서슴지 않는 차량들과 기사들을 일컫는 말로, 그들이 조장하는 사설 견인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사이버 렉카’는 바로 여기서 유래했다. 이익을 쫓아 앞뒤 가리지 않고 사고 현장에 달려드는 일부 렉카들처럼 사회적 스캔들이나 사건 사고, 논쟁적 이슈 등을 콘텐츠로 삼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창출하는 인터넷 방송인 혹은 커뮤니티 유저가 사이버 렉카의 정체다. 그들은 신문과 텔레비전의 황혼에 등장한 황색언론이며,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지닌 잠재력과 위험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 ‘~충’은 2010년대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널리 쓰이던 접두사이다. 2000년대 일본에서는 ‘리얼충’이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때의 ‘충(充)’은 '충실하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한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하며 동음이의어인 ‘벌레 충(蟲)’으로 용법이 오용·혼용되었고, 현재는 어떠한 무리를 멸칭할 때 자주 쓰이는 접미사가 되었다.



몸으로 이어지는 자들,
정신으로 이어지는 자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질문 하나. 무리 지은 사람들로서의 군중(foules, crowd)과, 마찬가지로 무리 지은 사람들로서의 공중(le public)의 차이는 무엇일까? 19세기 중후반에 활동한 사회학자 가브리엘 타르드(Gabriel Tarde, 1843~1904)에 따르면, 군중과 공중의 차이는 ‘육체의 연결’과 ‘정신의 연결’의 차이이다.
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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