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난을 증명해야만 얻을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의 문제

칭징저
칭징저 · 서평가, 책 읽는 사람
2023/01/30
쪽방에 살고 있는 노인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전기장판을 틀고 방안에서도 겉옷을 입고 있다.(경기일보)

자신의 가난을 증명하라 - 에너지 바우처 지급 확대와 난방비 할인 정책의 제대로된 시행을 위해

추운 겨울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차에 올라타 엔진을 가동한 뒤에, 곧바로 열선시트와 히터를 작동시키고 난방이 완벽하게 관리되는 회사로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두껍고 불편한 겉옷은 전혀 필요 없다. 드라마에서도 상류층을 연기하는 인물들의 옷차림은 얇고 가벼운 경우가 많다.  한겨울에도 보온 기능보다 미적 감각에 더 치중한 하늘거리는 소재로 만들어진 예쁘고 화사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추운 겨울 밖에서 일해야 하는 안쓰러운 인물과 대립 관계 혹은 경쟁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옷보다 따뜻함을 별도로 구할 필요가 없는 생활이 더 윤택한 것으로 간주되는 시대이다. 수년 만에 찾아온 보기 드문 추위이고,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들이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누군가는 그 추위가 살을 터뜨리는 고통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겨울의 낭만이자 호빵먹기 좋은 시절쯤으로 다르게 인식되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적시에 냉난방을 공급받지 못하는 이들을 우리는 ‘에너지 빈곤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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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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