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깨끗이 살 것인가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4/03/06


청결히 사는 것을 특별히 이상하게 여기거나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씻으면 복이나 지식이 달아난다는 미신이나 징크스를 제외하면 최소한 한국 문화에선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나 역시 청결을 훌륭한 미덕으로 생각하고 청결함을 달성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한다. 그중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바닥 청소로, 두 개의 회전판에 물걸레를 붙이고 바닥을 닦는 동시에 진공 청소기를 작동시켜 먼지까지 흡입하는 방식의 청소기를 이용하고 있다. 아버지가 주워다 고친 물건 중에서 가장 맹활약 중인 가전제품인데, 예전에 청소기를 가끔 돌리고 걸레질을 자주 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편리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도 가능하면 이렇게 한 번에 이중 작업이 되는 청소기만 쓰고 싶을 지경이다. 가사 노동은 장비빨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던데 확실히 귀담아들을 만한 얘기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정성과 정신력 따위로 해결할 일이 아닌 것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장비로 편리하게 청소를 하고 있다곤 하지만 작년에 어머니 다리가 부러진 뒤부터 이런 청소를 도맡아 이틀에 한 번꼴로 하자니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회의감도 든다. 멀쩡한 로봇청소기를 모셔놓고 굳이 사람이 청소기를 이렇게까지 돌려댈 필요가 있느냔 말이다.

물론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완전히 대신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로봇청소기를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요즘 나오는 최신형 고급 기기야 장애물도 알아서 피하고 물걸레질은 물론 먼지통 비우기, 걸레 빨기 등 모든 것을 알아서 척척 하니까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평범한 가정에서 심한 부담감 없이 적당히 구입해서 쓸 수 있는 구형 로봇청소기는 손도 많이 갈 뿐더러 청소 성능도 완벽하지 않다. 장애물도 미리 치워줘야 하고, 원형인 만큼 구석은 처리하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집 기기는 물걸레를 지원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눈에 띄는 먼지를 제거하는 최소한의 현상 유지 수단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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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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