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도 낙오자도 아닌… ‘목소리 없는 아이’ 이야기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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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4
어떤 걸 물어도 최성수(가명)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성적인 아이라는 생각에 대답을 강요하지 않았다. 교사의 질문에 머리가 하얘져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던 경험은 나에게도 있으니까.   

성수의 무응답, 무반응은 정도를 더해갔다.
출석 확인 시간, 이름을 몇 번 불러도 성수는 대답하지 않은 채 멀뚱히 나를 바라봤다. 당황한 나는 반 아이들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샘, 성수 중학교 때에도 말을 안 했어요. 성수 목소리 한번 들어보는 게 소원이에요.”

반 아이들이 자기 이야기를 해도 성수는 표정 변화조차 없었다. 날 빤히 바라보더니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말하기 싫으면 “패스”를 외치면 되는데, 성수는 그 두 글자마저 귀찮은지 외면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엔 수업 중반에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 어깨를 다독여 깨워도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아무리 일으켜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서 밀리면 수업 분위기는 완전히 망가진다.

“최성수, 일어나. 졸리면 뒤로 가서 서서 수업 들어.”

단호한 어조 말했다. 책상에서 고개를 든 성수는 한마디 저항도 없이 교실 뒤로 걸어갔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1개월, 아직 목소리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성수는 교실 뒤에서 날 바라봤다. 건조한 눈빛이 수업 내내 부담스러웠다.

공업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 지 15년, 이런 아이는 처음이다. 수업 중 졸거나 엎드려 자는 아이들을 깨우면, 보통 적극적인 항변이 돌아온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수업이 듣고 싶지 않고, 저한테 별 도움도 안 되는 거 같아요.”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하지만 성수는 달랐다. 교사의 지도에 순순히 응했고, 졸음 사건 이후 수업도 비교적 열심히 들었다. 다만, 말은 하지 않았다.
교실 안 누구도, 성수의 목소리를 들어본 사람이 없었다 ⓒunsplash
책을 읽는 수업 시간. 아이들은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들고 와서 읽으면 된다. 새 학기 첫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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