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름, 다른 도시, 닮은 상황들

서동민
서동민 · 공주 원도심 가가책방 책방지기입니다.
2024/02/21
공주 원도심을 두고 중심이 어디인가 물으면 저마다 다른 대답이 나오리라.
누군가는 산성 시장을, 누구는, 시청을, 누구는 우체국 주변이 중심이라고 할 테니 말이다. 적어도 내게 공주 원도심의 중심은 감영길이다. 충청 감영이 있던 자리 동쪽으로 곧게 뻗은 250미터 정도의 2차로가 감영길의 전부. 일제 강점기에는 감영 자리에 일제 경찰, 행정, 군 등을 지휘하는 기관이 있었고 길을 따라 쌀가게, 문구점, 서점 등 상점가가 늘어섰다고 한다. 지금도 서점과 문방구 등 몇 개 상점이 남아있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사무실로 변했다.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하는 감영길이지만 그 구성 요소는 완전히 변한 셈이다.

 2년 전 일이다. 택배로 주문한 물건이 도착하지 않아 급한 마음에 전화했더니 엉뚱하게도 강원도 원주시에 가 있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찾아보니 원주에도 감영길이 있었다. 원주 감영길은 공주 감영길보다 열 배는 길고 주변 상권이나 시장으로 이어지는 방향 등에서 조금 더 활성화되어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잠깐 해봤다.

 택배가 잘못 가는 일이 없었다면 원주시 감영길을 몰랐을 거고 요즘 들려오는 원주시 도시재생 흐름에도 무관심했을 것이다. 이상한 일이기도 한데 SNS를 하다 보면 원주시 의회 회의 영상이 자주 보인다. 시장, 시청의 담당자에게 시의원들이 묻는 질문들이 공주시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닮아있었다. 지난해 원주시가 뉴스에 등장한 화두는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였다. 복원을 위해 30억 넘는 비용을 들여 매입했는데 건물이 낡아 위험하고 운영 효율이 나쁘다는 이유로 철거 후 야외 공연장과 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바뀐 것이다. 최근에는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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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로컬에서의 삶, 소도시에서 작은 책방하기, 책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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