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타는 이유는 겨울에 있다.

김형찬
2024/03/25
한의원에 들어서는 환자의 목소리는 다 죽어간다. 
   
“몸이 춥고 힘이 안 들어가서 죽을 것만 같아요. 전에는 좀 움직이면 낫더니 이번에는 진이 다 빠진 것처럼 너무 힘들어요. 병원에서 영양제도 맞고 식사도 신경 써서 하는데 회복될 기미가 보이질 않네요.”
 
Pixabay로부터 입수된 Bellinon님의 이미지
상담을 하면서도 몸을 다 펴질 못하고 어렵게 말을 이어 간다. 체온과 혈압 그리고 맥박 등의 기본적인 사인을 점검하고, 그동안의 시간에 관해 듣는다. 그러면서 몇 해 간의 기록을 살펴보니, 며칠 정도 차이를 두고, 해마다 봄의 문턱과 여름의 끝에서 비슷한 증상들로 힘들어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도 이 환자는 봄으로 넘어 오는 환절기에 특히 증상이 심했다.
   
잘 쓰는 방법은 아니지만 환자가 원체 힘들어 해서, 침과 약침과 약을 한 번에 썼다. 침을 맞고 난 후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환자는 그제야 내 말에 귀를 연다. 계절의 변화에 적응을 하느라 몸살을 겪는 것이니, 치료도 하겠지만 생활의 문제를 찾아 보자고 했다. 단순히 한 살 더 먹어서가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원인이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봄의 문턱을 넘기가 유난히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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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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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환자를 돌보면서 뜻하지 않게 오래 살게 된 현대인의 건강에 대해 고민합니다. 건강의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고, 그 중심에 몸과 정신의 움직임 그리고 음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활한의학이란 주제로 지속 가능한 건강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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