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였을까. 당신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한연화
한연화 · 미친 세상을 사는 아스퍼거 ADHD인
2023/08/23
둘째큰아빠가 집을 나가던 날을 기억한다. 그때 나는 아직 여섯 살이었고, 그날은 비가 몹시도 많이 내렸으며, 큰아빠와 둘째큰아빠는 아침부터 목소리를 높여가며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아직 어린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두 사람의 대화 사이사이에 "그 여자"라든가 "내 여자"라든가 하는 말이 들려 그것이 둘째큰아빠의 결혼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리라고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여자 말이야. 병도 있고. 게다가 한쪽 몸도 못 쓰는 병신이라며. 나중에 크게 아프기라도 하면 그 여자 때문에 돈이 얼마나 깨지려고 그래!"
 "형은 항상 돈밖에 모르지. 그놈의 돈, 돈, 돈! 지겨워 죽겠어, 정말. 내 여자야. 내가 사랑하는 여자라고. 그리고  좋은 여자야. 법 없이도 살 만큼 착해빠진 여자라고. 그러니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병신이라고 하지 좀 마!"
"너도 참 이상하다. 그럼 병신을 병신이라 하지 뭐라 하냐? 그리고 너 굳이 그런 병신 아니어도..."
"내가 병신이라고 하지 말랬지!"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내 큰엄마가 된 분, 그러니까 그때 둘째큰아빠의 여자친구였던 분은 모야모야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고 했다. 그로 인해 한 차례 수술을 한 적이 있지만 질환의 영향으로 몸의 한쪽이 마비된 상태였다고. 둘째큰아빠는 그런 여자친구를 사랑했고, 집안의 반대, 특히 큰아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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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와 학교폭력 등을 겪고 살아온 아스퍼거 ADHD인입니다. 남들 하는 걸 못해 세상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하고 살고 있으나 어떻게든 적응 중입니다. 가족, 특히 큰아빠에 대한 트라우마와 어린 시절, 그리고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에 대한 트라우마는 현재 마주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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