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발점
2023/11/19
<시발점>
'목이 잘린 채 발견된 22세 청년' 기사에 적힌 한 구절이 J의 눈에 박힌다. J는 그 순간을 기점으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지하철을 탈 때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죽은 이를 떠올리며 지하철 내부가 피로 흥건하게 적셔지는 환시를 보기도 했다. 길을 다닐 때 높게 세워진 빌딩을 마주하면 저 건물을 세우는데 몇 사람이 죽었을지 상상했다. J의 시선은 점차 보이지 않는 곳곳에 닿는다. 발달장애인 자녀와 함께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엄마. 억수같이 내리는 장맛비에 속수무책으로 반지하 방에 갇혀 익사한 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