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2023/09/07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이 문장은 마치 어설픈 번역기를 돌려 얻어낸 문장처럼 들린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대사다.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며 의심과 연민이 뒤범벅대며 결말로 향하는 영화다. 관객은 어설픈 그녀의 대사에 열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언어는 간결하고 정확했다. 언어는 서걱대는 모래알처럼 수식없이 건조하고 거칠었지만, 그 어떤 형용이나 부사보다 명료했고 감정은 녹아 있었다. 가령 이런 식이었다.
“죽은 남편이, 산 노인 돌보는 일을 방해할 순 없습니다.”
“죽은 남편이, 산 노인 돌보는 일을 방해할 순 없습니다.”
그녀는 존재의 마지막에 ‘붕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그리고 자신의 붕괴를 스스로 실천했다. 관계의 붕괴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영원한 곳에 가두고 관계를 완성하기 위해 붕괴를 선택한 것이다.
관계의 완성에는 ‘안정’이란 개념이 깔린다. 안정하기 위해 관계를 맺는다는 일차 방정식과 같은 배경이 있다. 우리는 관계에 집중한 나머지 ‘안정’에 대한 세분화된 의미를 지나칠 수 있다. 앞선 글에 원자 스스로 안정화를 선택한 이온 원자나 비활성 기체와 같은 홑원소 물질을 의인화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의미도 결국 관계의 의미에서 유효하다. 관계를 맺기 위해 혹은 관계를 맺지 않기 위해 선택한 ‘안정’이다. 지극히 화학적 의미의 안정성이다. 우리가 놓친 안정에는 또 다른 모습이 있다. 안정과는 전혀 다른 느낌인 ‘붕괴’다. 안정과 붕괴는 배척된 의미로 들린다. 붕괴는 화학적 안정성이 아닌 핵의 안정성을 말한다. 관계와 별개로 자신 스스로 안정하기 위해 자연은 ‘붕괴’라는 방법을 선택한다.
한때 ‘대행사’라는 드라마를 흥미롭게 시청했다. 아직도 마지막 장면이 생생하다. 여성이 리더가 되는 것에 대해 아직도 우리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어떻게든 끌어내리고 짓밟으려 한다. 주인공 역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약에 의존을 한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