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전하는 편지

디굴
디굴 · 테크페미.무성애스펙트럼.탈혼.엄마.
2024/04/25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들에게.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니?
궁금해서 카톡을 보내봐도 항상 며칠 후에 확인하는 걸 보면
핸드폰을 너무 많이 들여다보며 지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야.

잘 지내고 있느냐 물어보면 항상 잘 지내고 있다고,
공부도 잘하고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고
다 잘하고만 있다고 씩씩하게 말하는 것이 늘 안쓰러워.
학교에서 괴롭히는 친구들은 없는지, 네가 너도 모르게 누군가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
선생님은 공정한 사람인지, 아빠와 누나와 잘 지내고 있는지,
어려운 것은 없는지 억울한 것은 없는지 답답한 것은 없는지 항상 걱정이야.

얼마 전에 엄마와 함께 집에서 놀다가 방귀 냄새가 나서 놀렸더니 너는 네가 안 뀌었다 말 했었잖아.
사실 네가 방귀를 뀌었든 아니든 큰 상관이 없는 문제였거든.
그런데 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엄마가 의심하자,
절대 거짓말이 아니라면서 겁에 질려서 울음을 터뜨려버리는 것을 보고 엄마가 많이 놀랐어.

네가 늘 엄마를 사랑한다고 엄마와 살고 싶다 말하고,
아빠와 큰 다툼이 있었을 때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울고,
항상 공손하고 밝게 말하고 호기심 많고 공부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이 기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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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로부터 탈출한 페미니스트. IT 산업의 정신적 안전을 위해 애쓰는 노동활동가. 컴공/심리학사. 노회찬정치학교 4기. - facebook : ara.digul - twitter : digu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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