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쓸모 2] 정신질환자 비자의 입원제도는 정신질환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로빈K
로빈K 인증된 계정 · 사회복지 질적 연구자
2023/02/03
어느 날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목덜미에서 서늘한 느낌이 듭니다.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 내 뒤를 좇아오는 것 같습니다. 더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고 얼른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둘째 날에는 같은 사람이었는데, 셋째 날에는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가죽 재킷에 검은색 야구모자를 눌러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내 귀에 속삭입니다. “잘 들어, 우리는 국정원 요원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당신을 감시해 왔어. 머리에 도청을 위한 칩을 숨겨놨지. 지금부터 우리가 지시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사진: 권지성
   
여러분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혹시... 설마... 하면서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에 찾아가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경찰서에 찾아가시겠습니까? 답은... ‘아무 것도 안 한다’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자신에게 정신질환의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이후의 생활을 지속해갈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학교도 직장도 제대로 다니기가 어려워지겠죠? 
   
가족은 처음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가, 어디선가 들은 얘기를 떠올리며 ‘이게 혹시 말로만 듣던 조현병인가?’ 의심하다가도, 설마 내 아들, 내 동생에게 이런 병이 생길 리가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네이버 지식인에게 물어보고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면서 조현병이라는 확신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한번 가보자고 하겠죠? 그러면 여러분은 ‘왜 이래? 내가 미쳤다는 말이야? 난 정상이란 말야!’라고 소리치며 거부하겠죠.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일 년이 훌쩍 지나갔고,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여 어찌어찌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봅니다. 그 진단이라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지만 결국 의사가 조현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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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의 은밀한 맥락과 패턴을 탐색하고, 사회복지를 위한 더 나은 대안을 찾고자 하는 사회복지 질적 연구자 /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자 / 시민기자 / 모태신앙 개신교인-신학대학원 졸업생-a Remnant Of Belivers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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