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가을은 온다
2023/08/24
“남편이 이상하게 예민해졌어요. 툭 하면 화를 내기도 하고 삐치기도 잘 한다니까요.”
“괜히 울적해지기도 하고 남편이 무심코 한 말이 가슴에 맺혀서 눈물이 왈칵 날 때가 있어요. 한 번씩 열도 올라오고... 갱년기라 그런 것이겠지요?”
50대 전후의 환자와 상담을 하면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재밌는 것은 부부가 같이 오면 남편은 ‘내가 언제 그랬냐, 난 괜찮다.’라는 표정을 하고, 아내는 ‘내가 당신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 라는 얼굴을 하든 경우가 많다.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있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참 어렵겠구나 싶다. 아니 어쩌면 사람이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중년을 넘긴 환자들은, 그 표현은 다양하지만, 결론은 몸과 마음이 이전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한다. 언제까지고 지속될 줄 알았던, 나는 남들과 다를 줄 알았던 삶의 궤도가 요동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중년이 되면서 나타나는 많은 변화는 호르몬의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중에서도 성호르몬의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이런 현상을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성이 49세가 되면 임맥이 허해지고 태충맥이 약해져서 천계天癸가 다하고 지도地道가 통하지 않게 되어 몸이 상하고 자식을 가질 수 없고, 남성은 48세가 되면 상부에서 양기가 약해져서 얼굴이 마르고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다가 56세가 되면 간장의 기운이 약해져서 근력이 떨어지고 천계(天癸)가 다해서 정(精)이 적어지며 신장의 기운이 쇠해서 몸이 약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천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