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저근막염은 편치 않고 절박한 자는 속기 쉽다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7/05


족저근막염 판정을 받았다.
아주 흔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병도 아니라 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주변에서도 딱히 안타깝게 여기지 않았는데, 걸려보니 생각보다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회전근개 문제가 있는 어깨는 어지간히 힘을 쓰지 않는 이상 아플 일도 없지만, 발바닥은 이족 보행을 하는 이상 항상 통증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처음으로 발을 디딜 때마다 목소리 대신 발을 얻어 이족 보행을 하는 인어 공주의 심정을 상상하게 되니, 과연 인류가 이족 보행을 택함으로써 무엇을 얻었는지, 애초에 모든 동물이 육지로 올라오지 말고 그냥 바다에서 살아가길 택하는 게 낫지 않았을지 의문도 든다.

족저근막염의 원인은 무엇일까? 찾아보면 발바닥에 가해지는 지속적인 자극, 스트레스, 생활 환경과 습관 등이라고 나온다. 발바닥을 계속 괴롭히거나 건강에 해로운 신발을 오래 신으면 염증이 생긴다는 말이다. 나는 그러한 요인으로 내가 평소에 신는 것보다 5밀리 작은 나이키 에어 맥스 90을 의심했다. 지난 4월에 의류 수거함 위에서 주인을 찾고 있기에 가져온 뒤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수선했는데, 아무리 늘여도 빡빡한 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발이 맞지 않아서 발가락을 오므리고 걷는 것도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하니 의심이 완전히 틀리진 않았으리라.

하지만 오늘 그보다 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신발을 찾아냈다. 작년에 아웃렛에서 산 트레일화로, 역시 나이키 제품이다. 발이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기 전날도 분명 이걸 신고 뒷산을 걸었다. 오늘도 의심이 맞나 확인하려고 이 녀석을 신고 1000걸음쯤 걸었더니 아니나다를까 곧바로 발바닥이 욱신거렸다. 가만 보면 어머니도 나이키 신발을 신고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으니, 우리집에서 나쁜 일은 다 나이키가 전담해서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물론 상당 부분 농담이고, 내 트레일화의 경우는 사이즈가 너무 크다는 게 결정적인 문제였다. 내 평소 신발 사이즈가 265인데, 이 녀석은 280이다. 어지간해서 이렇게 큰 신발을 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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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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