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 당신이 좋았어요. 그래서 열심히 연기헸어요, 내가 죽은 것처럼.

한연화
한연화 · 미친 세상을 사는 아스퍼거 ADHD인
2023/09/06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이라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 에디는 놀이공원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한 여자아이를 구하고 사망하게 됐고, 자신이 반드시 만나거나 이해해야 했을 다섯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세 번째로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였다. 

열두 살 때 읽은 소설이건만 이야기에서 에디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린 에디와 형 조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아직도 기억난다. 에디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이었고, 폭군이었다. 어린 에디와 형 조에게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폭력을 휘두르고, 무력한 에디의 어머니를 상대로 윽박을 지르는 그런 폭력적인 가부장. 그러나 에디는 그런 아버지를 사랑했다. 오죽하면 에디 스스로 "그럼에도 아들은 아버지를 좋아하는 법이니까. 아들은 신이나 여자에게 마음을 바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아버지에게 마음을 바치는 법을 배운다."라고 하였겠는가. 그렇다. 나도 나의 큰아빠를 좋아했다.

내가 아빠와 함께 살게 된 것은 일곱 살 때부터였다. 당시 새어머니의 심장병이 재발해 몇 달을 서울대병원에서 병수발을 들던 아빠는 끝내 수술 후 패혈증이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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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와 학교폭력 등을 겪고 살아온 아스퍼거 ADHD인입니다. 남들 하는 걸 못해 세상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하고 살고 있으나 어떻게든 적응 중입니다. 가족, 특히 큰아빠에 대한 트라우마와 어린 시절, 그리고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에 대한 트라우마는 현재 마주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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