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도전, 우주시대

라이뷰

담대한 도전, 우주시대

우주쓰레기의 습격, 우주위험경계경보

집현네트워크
집현네트워크 인증된 계정 · 더 나은 지식기반 사회를 지향합니다.
2024/10/15
에디터 노트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엑스(X)의 대형 발사체 스타십이 최근 발사에 사용한 부스터를 지상에 귀환하는 실험에 성공했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과 민간우주기업의 협업으로 달에 다시 사람을 보내기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죠. 여러 국가가 지구 밖에 위성을 쏘아올리고 있습니다. 통신과 관측을 책임질 차세대 군집위성도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우주 활동이 반드시 남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주쓰레기입니다.
우주쓰레기는 우주 개발에도 위협이지만, 궤도의 다른 우주물체에 위협을 가하고 지상에 낙하할 경우 인류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위협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주감시를 통해 적절한 대책을 상시 마련할 필요성을, 우주감시 전문가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이 제시합니다.



⚠️ 안전안내문자
[과기정통부] 12:20~13:20 사이 한반도 인근에 미국 인공위성의 일부 잔해물이 추락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당 시간 외출 시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23년 1월 9일, 11시 13분. 재난안전문자 한 통이 전 국민에게 발송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수명이 다한 지구관측위성 ERBS(Earth Radiation Budget Satellite, 과학연구위성)가 추락하고 있었다. 인천·김포국제공항 등 전국 공항에서 항공기 이륙이 모두 금지됐고, 선박 안전조치가 실시됐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물체감시실은 이미 위성추락비상상황실로 전환해 위성궤도를 분석하며 위성 추락 예측 시각은 언제인지, 추락 예측 범위에 한국이 포함되는지 분석해 우주위험대책본부에 알려주고 있었다. 
 
당일 새벽 4시, 마지막으로 분석한 결과 추락 예측 범위에 한국이 포함됐음을 확인했다. 우주위험대책본부가 소집됐고, 한반도 인근에 추락할 가능성에 대비해 우주위험경계경보를 발령했다. NASA는 전날 ERBS의 추락으로 지구 상의 어떤 사람에게라도 피해가 돌아갈 확률이 9400분의 1이라고 발표했는데, 결코 작은 확률이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 ERBS는 1월 9일 13시 4분 알래스카 서남쪽 베링해부근에 추락하였다. 이 상황을 한국에서 목격하면서 우주물체의 추락 위험이 현실이 됐음을 확인했다 (그림 1, 2).
 
그렇다면 이런 우주물체의 추락위험은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까.
[그림 1] 2023년 1월 9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구관측위성 ERBS가 추락하고 있었다. NASA는 ERBS의 추락으로 지구 상의 어떤 사람에게라도 피해가 돌아갈 확률이 9400분의 1이라고 예측했다. 신인철

[그림 2] 미 NASA 지구관측위성(ERBS) 추락 우주위험경계경보. 필자 제공.


우주상황인식 

우주상황인식이란 우주 환경, 특히 우주 공간의 우주물체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고 지상 및 우주에 설치된 센서로 정보를 획득해, 우주물체의 지구 추락이나 궤도상 충돌 위험 등 우주 공간에서의 잠재적 위험 발생에 대처하는 개념이다. 지구 궤도 상의 인공위성 및 우주쓰레기를 탐지하고, 궤도를 결정하고 추적하며, 이를 식별하고 목록화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우주물체에 대한 직접적인 관측과 정보 획득 능력, 획득된 관측 정보를 분석해 우주위험을 예측하고 조기 경보를 발령하는 능력, 데이터를 공유하고 국내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능력이 우주상황인식 역량을 좌우한다. 
 
우주 활동의 증가는 곧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의 증가로 연결된다. 1957년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이후로, 현재까지 지구궤도로 발사된 2만여 기의 인공위성은 어떻게 남아 있을까. 발사된 인공위성은 임무 수명을 다하면 대부분 그 궤도에 그대로 남겨진다. 인공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기 위해 사용했던 우주발사체의 상단도 인공위성과 분리된 뒤 지구 궤도에 남는다. 다 쓰고 버려진 인공위성, 우주발사체의 잔해, 그리고, 임무 수행에 사용된 부품, 인공위성이 폭발하거나 다른 우주물체와 충돌해 생긴 파편까지 모두 우주잔해물 또는 우주쓰레기라고 한다. 인공위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우주쓰레기도 급격하게 늘어나 지구궤도를 혼잡하게 하고 있다 (그림 3). 
[그림 3] 인공위성은 임무 수명을 다하면 대부분 그 궤도에 그대로 남겨지고, 일부는 대기권에 추락해 사라진다. 하지만 간혹 지상에 떨어져 피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신인철


미국은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 Combined Space Operations Center,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기관)에서 운영하는 우주감시네트워크(SSN, Space Surveillance Network))를 통해 크기 10 cm 이상의 인공우주물체를 찾아 목록화해 관리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찾은 것만 약 6만 2000개에 달한다. 그 중 일부는 지구 대기권으로 추락해 사라졌고, 현재 3만여 개의 인공우주물체가 지구 궤도에 남아있다. 지구 궤도에 남아있는 인공우주물체 중 인공위성은 30%정도를 차지하는데, 최근 4~5년 동안 인공위성의 소형화, 군집화로 스타링크와 원웹과 같은 위성이 대량으로 발사되면서 우주교통의 혼잡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림 4).
[그림 4] 지구 궤도를 둘러싼 인공우주물체. 유럽우주국(ESA).


인공우주물체는 저궤도의 경우 초속 7~8 km의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크기가 작은 경우라도 충돌하면 운영 중인 인공위성이나 우주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크기가 10 cm 이상이 되면 대형위성 전체가 파손될 정도의 파괴력을 갖는다. 1~10 cm 크기만 돼도 인공위성의 주요 부품에 부딪히면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인공우주물체 간 충돌은 수많은 우주파편을 만들어 내 또다른 충돌위험을 야기하는 연쇄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1톤이 넘는 통제되지 않는 인공우주물체의 재진입은 지상에 인명이나 재산 피해를 줄 수 있다. 지구로 추락하는 대부분의 인공우주물체는 대기 진입의 충격에 의해 부서지고 마찰에 의한 열 때문에 대부분 연소된다. 하지만 우주물체의 재질과 크기에 따라 타고 남은 파편이 지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현재도 거의 매일 인공우주물체가 지구로 추락하고 있다. 매년 수백 개에서 1000여 개 이상의 우주물체가 지구로 추락하고 있는데, 지구표면의 상당 부분이 바다로 이뤄져 있는데다 인구밀집지역의 넓이가 상대적으로 작아 낙하하는 우주물체에 직접 피해를 입을 확률은 낮다. 하지만, 이번 ERBS의 추락처럼 사회적 피해를 주기도 한다. 
 
최근 우주 활동국의 증가와 소형위성 및 위성의 군집화에 따른 우주물체의 급격한 증가, 인공위성의 폭발이나 충돌에 따른 파편 증가 등 다양한 이슈로, 우주물체의 추락 위험과 우주물체 간 충돌 위험을 감시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우주 공간에서 어떤 물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고 잠재적인 위험 상황에 대비하는 우주상황인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주감시네트워크 

우주감시네트워크는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 등 우주물체를 추적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상 기반의 광학, 레이더, 레이저뿐만 아니라 우주 기반의 감시 장비를 통해 우주물체의 궤도를 탐지하고 추적한다 (그림 5). 우주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우주개발 선진국은 우주위험과 위협으로부터 안전과 국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우주상황인식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그림 5] 우주상황인식 관측 인프라. 필자 제공.


미국은 우주위험 요인에 대한 전 지구적인 감시를 수행하고 있다. 지상 및 우주 기반 우주감시네트워크의 종합적인 감시 시설을 운영하며, 연합우주작전센터(CSpOC)에서 우주위험 통합 관리와 실제 상황 대응을 위한 상시 운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유럽은 유럽연합(EU)과 회원국이 지상의 광학 및 레이더 장비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유럽우주감시네트워크(EUSST, EU Space Surveillance and Tracking)를 구축했다. 우주물체를 추적하고 충돌을 막으며, 위성을 보호하고 우주쓰레기를 관리하는 등 우주 환경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도 자체적으로 우주감시시스템을 강화해 독립적으로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우주물체를 추적, 분석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 기업도 광학망원경, 레이더를 전 세계에 설치해 우주감시네트워크 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우주감시 역량은 어떻게 발전하고 있을까.
 
 

우주물체전자광학감시네트워크(OWL-Net) 

한국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우주개발 선진국에 비하면 관측 장비 확보가 늦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천문연구원이 광학 기반 우주감시시스템인 우주물체전자광학감시네트워크(OWL-Net, Optical Wide-field patroL Network)를 개발해 2018년부터 운영하면서 국내 최초의 우주감시 역량을 확보한 상태다. 서로 다른 경도대에 위치한 5개국(몽골, 모로코, 이스라엘, 미국, 한국)에 설치된 50 cm급 무인자동 광학망원경과, 천문연에 설치된 운영 본부(HQ)가 네트워크를 이뤄 저궤도와 정지궤도 등 다양한 고도에 있는 인공우주물체를 관측하고 있다 (그림 6). 
[그림 6] 우주물체전자광학감시네트워크(OWL-Net). 필자 제공.

한국의 정지궤도위성이나 저궤도위성을 추적해 정밀 궤도를 확보하고, 우주물체의 추락이나 충돌 위험이 있는 우주물체를 추적 감시해 좀 더 정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다양한 지리적 위치에서 감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관측 기회를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광학장비는 높은 정밀도로 우주물체를 추적할 수 있는 반면, 밤에만 관측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또, 날씨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시적인 관측 자료를 확보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 (그림 7).
[그림 7] 한국은 우주물체전자광학감시네트워크(OWL-Net)를 개발해 2018년부터 운영하면서 국내 최초의 우주감시 역량을 확보했다. 하지만 광학 장비 특성상 밤에 관측이 어렵고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는 한계가 있다. 독자적인 상시 우주감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신인철


우주감시레이더(KOSPAW)  

2023년 1월 9일 ERBS 위성은 지상 추락이 예상되는 급박한 상황을 맞이했다. 추락 인지 시점부터 최종 추락까지 추락 예측궤도에 한국이 포함돼 있었지만, 광학망원경의 관측 가능 조건에 들어오지 않아 자체적인 관측 정보를 확보할 수가 없었다. 가장 위험지역이었던 국내에 관측 장비가 없어 미 CSpOC에서 공개하는 정보에만 의존해 추락 예측 분석을 해야만 했고, 최종적으로 추락 상황이 종료됐음을 확인할 때에도 미 CSpOC의 발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미 우주군 발표에 의존하면서, 실제 추락이 이뤄진 뒤 경보 해제까지 4시간가량의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다. 
 
과거 2018년 4월 12일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추락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이 추락 예측 범위에 포함돼 우주위험경계경보가 발령됐음에도, 우주물체 추락 상황에 대한 탐지 정보를 확보할 장비가 없었다. 상황판단의 근거가 되는 우주감시 정보 확보가 미흡했다. 
 
이에, 독자적이고 상시적인 우주감시 정보 획득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광학감시장비의 단점을 보완할, 기상조건에 관계없이 전천후로 우주를 감시할 수 있는 우주감시 레이더 확보가 급선무가 됐다. 
 
2014년부터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우주감시레이더의 필요성과 중요성, 시급성을 바탕으로 관련 기반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우주감시레이더(KOSPAW)의 테스트베드를 연구개발 중이다. ERBS 위성 추락 이후 민군 협력 우주감시레이더 핵심 기술도 연구하며 독자적인 우주감시 정보를 확보할 우주감시 레이더 개발을 추진 중이다. 
 
미국이 우주물체에 대해 일정부분 공개를 하고 있고, 우주물체 추락이나 충돌위험에 대한 경고도 공유하고 있지만, 책임이 없는 상태에서 공개되는 정보의 정밀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 보안이 필요할 경우 비공개로 하고 있어 실질적인 우주위험 대응이 어렵다. 우주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필수지만, 공개되는 정보 이외에는 공유할 수 있는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므로 먼저 일정 수준 이상의 독자적인 정보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우주 활동이 증가하고 우주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해짐에 따라 우주감시네트워크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국제협력과 기술 발전이 결합된 우주감시시스템은 인류의 지속적인 우주탐사와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림 8).
[그림 8] 우주감시레이더(KOSPAW). 필자 제공.


우주위험대응 통합시스템(KEPLER) 개발

위성궤도 정보를 분석해 추락 예측 범위에 한국이 포함되는지 여부를 선제적으로 알아내서 미리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우주감시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우주상황인식 최종 단계에서 우주물체감시장비로부터 획득된 자료를 분석해 탐지된 우주물체의 궤도 요소를 결정하고, 궤도 정보를 얻으면 가까운 미래의 위치를 계산한다. 이 일련의 예측 과정은 우주물체의 지상 추락을 예측하거나 운용 중인 인공위성과의 충돌 위험을 예측하고 위험도를 평가해 우주물체에 의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이는 우주위험 대응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그래서 한국천문연구원은 2023년부터 5년간 국내 우주물체감시 관측 인프라로 관측한 데이터와 해외 협력기관으로부터 획득한 데이터를 통합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주물체 궤도를 분석하고 추락충돌 위험도를 평가 분석해 우주위험을 산출하고 이를 관계부처 및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알리고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우주위험대응 통합시스템(KEPLER)을 개발하고 있다. 우주위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해 우주물체 추락 충돌 등 우주위험 비상 상황 시 국가 대응 역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림 9).
[그림 9] 우주위험대응 통합시스템(KEPLER). 필자 제공.


인공우주물체의 추락과 충돌 등 우주로부터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주정보를 수집 ·분석하기 위한 독자적인 우주상황인식 역량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광학 및 레이더 우주감시 자산을 확보해 우주감시 정보를 생산하는 능력이 있어야 국제 우주상황인식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래야 효율적인 국가 우주위험대응도 가능해질 수 있다. 우주물체 추락 비상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면, 적어도 전보다는 개선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
그림 신인철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기획 사단법인 집현네트워크
더 나은 지식기반 사회를 향한 과학자·전문가 단체입니다. 상호 교류를 통해 지식을 집산·축적하는 집단지혜를 추구합니다. alookso와 네이버를 통해 매주 신종 감염병, 기후위기, 탄소중립, 마이크로비옴을 상세 해설하는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39
팔로워 1.4K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