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쫓겨나던 ‘이 사람’, 혜화역에 이름 새긴 이유 ['두 바퀴' 인생 4화]
2023/09/22
바람이 제법 선선한 저녁이었다. 서울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만난 이규식은 저녁식사로 샤브샤브를 먹자고 했다. 더운 여름도 끝이어서 괜찮은 메뉴 선택이었으나, 내 속내는 복잡했다.
‘전동휠체어 이동이 자유로운 샤브샤브 식당은 어디에 있을까. 식당 사장이 휠체어는 곤란하다며 출입을 막으면? 이규식이 지하철에서 이동권 투쟁을 하듯이 식당 문을 막아야 하나? 그나저나 중증 뇌병변 장애인 이규식은 그 뜨거운 고기-야채-면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장애인이 무슨 말만 하면 난감한 표정부터 짓는 비장애인이 익숙한지 이규식은 금방 내 속내를 간파했다.
“내가 자주 가는 데 있어요. 거기 가면 돼요.”
이규식은 오른손에 쥔 전동휠체어 레버를 움직여 먼저 출발했다. 저만치 앞서 가는 휠체어 등받이 위로 이규식의 휑한 민머리가 단호해 보였다. ‘잔머리 굴리지 말고 따라오라‘는 신호 같았다. 나는 신호를 따라 뛰어갔다.
식당은 이규식의 전동휠체어가 이동하는 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식당 노동자 역시 이규식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했다. 여전히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건 나 혼자였다.
‘뜨거운 야채와 고기를 옷에 흘리면 어쩌지….’
이규식은 접시에 음식을 담아주면, 왼손으로 포크나 숟가락을 쥐고 음식을 먹었다. 뜨거우면 호호 불었고, 질기면 오래 씹었다. 마주 앉아 음식을 씹는 동안 우리의 눈길은 자주 부딪혔다. 내가 불안해서 살폈다면, 이규식은 안심하라는 신호를 주려는 듯 내 눈을 쳐다봤다.
사실 내 불안과 초조는 이날이 시작이 아니다. 이규식이 내게 술 한잔 하자고 처음으로 제안한 지난 5월의 서울 성산동에서도, 제주도에서 호박죽을 먹던 그 식당에서도 내 마음은 비슷했다.
좋아요 누를수 밖에 없는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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