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집단에게 인정받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여성혐오

지뇽뇽 · 심리학자
2023/12/20
여성들에게 인정받지 못해도 남성들에게 인정받는 남자가 진짜다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고전적인 남성적인 남성성을 중시하는 동시에 주변 남성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자아 정체성에 핵심적인 경우라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이런 남성들이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여성에 대한 억압과 폭력을 옹호하는 편이라는 연구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자아를 특정 집단이나 타인에 의탁하는 정도가 큰 사람들은 의탁 대상이 무엇을 하든 옹호하고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우리 회사가 저지르는 나쁜 일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다른 회사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얘기하는 회사원이나 우리 아들이 누구를 괴롭혔을 리가 없다고 걔가 그럴 애가 아니라고 피해자가 뭔가 잘못했을 것이라고 하는 부모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집단과 자신 사이에 경계가 모호하고 ‘집단 = 나’라고 생각하는 현상을 집단 동일시(group deification)라고 한다. 집단 동일시가 심할수록 집단에 대한 정서적 애착이 커서 집단이 잘 되면 내가 다 기쁘지만 집단이 지면 내가 진 것 같은 쓰라림을 맛보는 현상을 보인다. 집단의 주요 멤버로 인정 받는 것이 지상목표라서 멤버들에게 쿨하고 멋지다는 말을 듣기 위해 무모한 행동도 불사한다. 또한 자신을 정의할 때 ‘어디어디 멤버’라고 말하는 등 이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며 집단과 자기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데 주력하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자들은 남성집단 일반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정도가 큰 남성들이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그릇된 성관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며 여성에 대한 편견 또한 크게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아가 이런 특성이 이들로 하여금 성폭력 같은 잘못 마저도 옹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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