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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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oazim 인증된 계정 · 아줌마, 의사, 연구자
2024/04/01
2024.3.31. 

의료비상사태가 벌어진 지 6주째. 이젠 당직과 병동진료에도 적응이 되어 그냥 그러려니 하곤 합니다. 갑자기 전공의들이 들어오고 환자 수가 예전 수준으로 늘어나면 그 상황에 또 어떻게 적응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물론 당직은 힘듭니다. 의사의 당직은 보통 36시간입니다. 야간근무가 끝나도 퇴근이 안되고 그 다음날 주간근무까지 모두 마치고 퇴근을 해야 하니까요. 
사직서는 내지 않았습니다. 병원을 떠날 마음이 아직 없는데 사직서를 내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생각을 가진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사직서를 내는 마음은 여러가지입니다. 그것이 정부를 압박하는 무기가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정말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내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떻든 병원과 교수사회에서는 사직서를 내자는 결의만 하였지 개개인이 내는지 안내는지 감시를 하거나 압박을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교수들이 사직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보호신고센터를 운영한다는 뉴스를 보며 이것도 하나의 쇼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분위기가 다른 병원도 있겠지요.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개인의 결정을 존중하는 분위기입니다. 

교수비대위 명의로 환자들에게 배포할 리플렛이 의국에 쌓여있습니다. 그것을 환자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교수 각자가 결정할 일인 것이지요. 저는 리플렛 내용을 살펴보고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그 리플렛을 보고 드는 의문에 저 스스로가 답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리플렛은 돌리지 않기로 합니다. 

리플렛의 내용 대부분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가장 먼저 나오는 항목인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는 말은,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싶습니다. '이런 좋은 의료시스템을 정부가 망가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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