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심리적 문제는 유년기의 사건에서 비롯되었다는 환상

이슬기 · 양육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봅니다.
2023/04/20
오래 전에 집중 양육기를 지난 여성은 <금쪽같은 내 새끼>를 시청한 밤, 자신의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왜 너 키울 때, 네 마음 헤아릴 생각을 못했을까.” 양육할 자녀가 없는 청년은 자신을 ‘금쪽이’에 대입해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내가 가진 심리적 문제는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구나!”
 
<금쪽같은 내 새끼>가 더 이상 ‘육아물’로만 소비되지 않듯, 오은영 박사 역시 더 이상 ‘육아 대통령’, ‘육아 멘토’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치유 문화’를 열어젖힌 존재다. 치유 문화란 각종 심리 상담, 치유서, 명상과 요가 등 치유 산업이 확장되고, “개인들이 자신의 감정과 정신을 응시하고 마음의 상처와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치유 활동에 전념하는 현상”(정승화의 논문 <치유적인 것은 정치적인가>(2014) 참고)을 말한다.

미국의 경우 치유 문화가 몇십 년 전부터 광범위하게 자리 잡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심리적 문제가 있을 때 정신의학과나 상담센터를 찾는 것을 망설이거나 쉬쉬하는 경우가 많았고, 행복이나 내면보다는 성공과 성취라는 가치가 지배적이었다. 치유 문화는 개인의 심리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아에 대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냈다.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유년기의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치유 문화는 자아에 대한 일정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첫째,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기. 둘째, 자신에게 무의식적 영향을 미친 유년기의 사건을 연결 짓기. 이 유년기의 사건은 대부분 부모의 폭력, 가출, 죽음, 이혼 등 원가족과 관련되어 있다.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오은영 박사는 부모의 양육 태도에 대해 지적하다 이렇게 묻는다.

“그런데 잠깐, 어머님의 어린 시절은 어떠셨는지 듣고 싶은데요?”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 42회, 오은영 박사가 금쪽이 엄마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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