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남긴 상처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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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4
By 김숙희(Suki Kim)
출처: 뉴욕타임스/Chang W. Lee
2014년 4월, 한국인들은 대형 여객선이 50~60도로 기울어져 바닷속으로 빠지는 장면을 TV 생중계를 통해 공포 속에서 지켜봤다. 배 안에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인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약 300여 명의 학생들도 타고 있었다. 최초 보도는 학생들이 모두 구조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이 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임이 밝혀졌다. 전 국민이 약 2시간 반 동안 여객선이 완전히 침몰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 구조 노력은 엉망이었고, 선장과 선원들은 학생들과 다른 승객들에게 대기하라고 지시한 다음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한 것도 밝혀졌다. 배 안에 갇힌 학생들은 부모님과 마지막 영상 통화를 했고, 이 중 일부는 뉴스에 방송됐다. 청와대, 그리고 당시 행적이 불분명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어떤 성명서도 내놓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7시간이나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해서 이렇게 질문했다. “학생들이 구명 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그 후 2년이 지나지 않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국 대통령 사상 최저인 5%로 떨어졌다. 백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2022년 10월 29일, 또 하나의 비극이 한국을 삼켰다. 한국에서 가장 활기찬 지역인 이태원에 핼러윈을 맞아 모인 사람 가운데 156명이 압사했다. 클럽 음악이 흘러나오는 와중에 시체가 도로 주변에 널브러져 있고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이 뉴스에 보도됐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20대로,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의 10대들이 살아 있었다면 그 또래였을 것이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근방의 체육관은 안치소가 됐으며,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소환됐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최근 시험을 마친 아들이 놀러 나가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딸이 첫 직장을 구한 기념으로 친구와 축하하러 나갔다고. 이런 순수한 즐거움은 젊음의 특권이고, 그런 자식을 보는 것이야말로 부모의 낙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 부모와 지인의 상당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국의 경우 함께 애도하는 의식은 잘 확립되어 있지만 이태원 희생자들이 즐기던 축제 같은 의식은 비교적 새롭게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뉴스 앵커들은 나이가 지긋한 시청자를 위해 핼러윈이 무엇인지 계속 설명해야 했다. 영어 교육 붐을 타고 핼러윈이라는 미국의 전통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건 10~20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는 도중에 본연의 의미 중 무언가가 사라졌거나, 아니면 더해진 것 같다. 한국의 셀카 세대에게 핼러윈은 그들이 ‘코스프레’라고 부르는 것을 위한 날이 되었다. 코스프레는 ‘코스튬 플레이’의 약자로, 일본 하라주쿠 거리의 젊은이들이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 의상을 입는 놀이 문화를 모방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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