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작담 주간 공방 일지

호작담
호작담 · 가구를 만듭니다, 이야기를 짓습니다.
2022/12/28
2022년 12월 26일.

창문 하나 없는 지하 공방은 아침이나 밤, 여름이나 겨울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계절을 짐작하는 일 마저 어려운 건 아니고.
이를테면 틀어놓은 난방기의 온도 표시창이라던가, 피워놓은 등유 난로 위에 얹어둔 구운 귤이라던가. 환기할 때를 제외하면 빈틈없이 틀어막은 문틈이라던가. 두툼하게 껴입은 공방장의 옷차림 등으로 넌지시 알아차릴 수 있다.

공방 일기를 쓰지 않기로 한 건 올해 늦 여름에 내린 결정.
처음 공방 일기 썼던 날을 떠올렸다. 커다란 포부 같은 건 다른 세상 이야기. 그저 처음 꾸린 내 공간에서 할 일 찾지 못해 노트북 키보드 두드렸던 것이 전부.
그렇게 하루 이틀 끄적인 목공방의 기록은 4년이 넘는 시간, 약 천 편의 일기로 남았다.

어쩌다 가끔 초창기 공방 일기를 보는데, 신기하리만치 지금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오늘도 한 것 없이 퇴근시간에 닿았다는 말을 쓰고, 나무에 배운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일관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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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가구를 만듭니다. 글을 쓰고 때때로 그림 그리거나 사진을 찍지요. 사람들은 재주가 많다고 하지만, 재료가 다를 뿐. 결국 이야기를 짓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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