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최재영 · 정치의 한복판에서 철학하기
2023/01/16
왜 사람들은 언제나 거짓에 진실이 승리한다고 믿을까요? 제가 보기에 이런 믿음은 신화이자 신앙입니다.

가짜뉴스는 우선 가짜인 뉴스입니다. 뉴스의 형식을 띠면서도 헛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뉴스를 읽을 때 검증하지 않습니다. 뉴스를 작성한 기자를 믿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자기 신뢰를 팔아먹는 것이고, 독자는 뉴스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만 빌리고 싶은 것입니다. 바로 여기가 가짜뉴스의 공급과 수요가 맞닿는 지점입니다.

거짓말은 상대를 속이기 위해 사실과 다른 말을 정교하게 짜맞춘 구조입니다. 그냥 사실과 다르다고 해서 모두 거짓말인 것은 아닙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보좌직원들이 둘러대는 소리가 거짓말이라기보다 헛소리로 들리는 이유입니다. 그저 사실과 다른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헛소리(bullshit)입니다. 곤경을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했든, 진심으로 믿어 꺼냈든, 별 생각없이 던졌든 관계없이 사실과 다르면 헛소리입니다.

반면, 거짓말은 상대를 속이고자 하는 의도가 뚜렷합니다. 상대를 속이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거짓을 말해서는 안 됩니다. 결정적으로 속이고 싶은 딱 한 문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문장을 철저히 사실에 맞게 말할수록 상대가 속아넘어갈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더군다나, 상대를 속이려는 그 한 문장은 오히려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문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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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이제는 의회에서 밥벌이하며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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