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이 원유 생산 감산 카드로 바이든을 엿 먹였다

이코노미스트
이코노미스트 인증된 계정 · 세계적인 경제 및 시사 주간지
2022/10/12
 역풍이 불진 않을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석유 시장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곤 한다. 사실상 카르텔(가격 담합을 목적으로 한 연합체)인 OPEC 회원국과 그 동맹국(러시아 등)들은 매달 회합을 가지고 생산 목표를 결정한다. 생산 목표를 정하는 이유는 유가를 높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처럼, OPEC+ 회원들(OPEC 회원국에 동맹국들을 더한 회의체) 역시 얼마나 빨리 생산을 줄이거나 늘여야 하는지를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5일 열린 OPEC 회합은 짧았지만 여기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회합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간 온라인 회의로 생산량 목표를 조금씩 조정하던 것에서 벗어나 러시아를 포함, OPEC+ 회원국들이 처음 대면 회의를 한 자리였다. 비엔나에서 열린 회합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석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b/d)만큼 줄이겠다는 목표를 확인했다. 이는 세계 총 생산량의 2%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 수개월 간 시장원유 시장의 가격이 요동쳤다. OPEC은 생산량 목표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이제 목표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하고 유가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기 위해 결연히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OPEC+ 회원국들은 수요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세계 원유 가격의 기준인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3달러다. 6월에 125달러로 정점을 찍고 하락했다. 사람들은 값비싼 휘발유 소비를 줄였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침체,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달러가 강세가 되면 달러로 표시되는 유가 역시 미국 외의 다른 나라 입장에선 가격이 오른 셈이 된다. OPEC+는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 회원국들은 자국 내 석유소비가 늘어나면 손익분기점 역시 더 높아지기 때문에 석유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하한선을 치기를 원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 이전의 배럴당 70~80달러 수준의 유가보다 더 높은 80~100달러 사이에서 최저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OPEC 입장에서 지금은 석유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그 어떤 국가도 석유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세계적으로 석유 재고량도 적다. 선진국 클럽인 OECD의 원유 재고는 지난 5년 평균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중국은 정제시설을 쉼 없이 돌리기 위해 비축했던 원유를 소진하고 있다. 원자재 중개업체 비톨(Vitol)의 지오반니 세리오는 해상 운송 중인 원유의 양은 늘었지만, 운송량 자체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러시아 제재로 인한 풍선 효과로 유조선들의 항로가 더 길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OPEC+가 직면한 문제는 그들에 대한 신뢰성이 너덜너덜한 상태란 점이다. 10월 5일에 발표된 감산 목표도 보이는 대로 믿을 순 없다. OPEC 회원국들은 한동안 생산설비 확충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 목표치와 실제 생산량 사이에 격차가 발생했다(아래 그림 참조). 실제로 이번 감산 목표치도 이전의 목표랑을 달성하거나 근접한 회원국들에게만 적용된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 그룹의 에산 코먼은 이번 감산 목표치로 줄어드는 생산량은 최대 110만 배럴 정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
한글로 읽는 이코노미스트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리더스, 브리핑, 칼럼 기사를 번역해 소개합니다. * 이 계정은 alookso에서 운영합니다.
354
팔로워 1.3K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