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나온 동물들의 이야기
2024/08/07
장윤미 | 문화평론가
1. 고기와 생명 사이
인간에게 동물은 두 가지로 나뉜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먹을 수 있는 것은 고기라 부르고 먹을 수 없는 건 반려동물 아니면 야생동물로 부른다. 사랑하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먹지 않고, 문명인이기 때문에 야생동물을 먹지 않는다.
또 하나는 깨끗한 동물과 더러운 동물. 최첨단 시스템 아래서 자라 도축된 동물은 깨끗하고 위생적이지만 관리와 통제 영역에서 벗어난 동물은 잠재적 바이러스 덩어리나 다름없기에 병에 걸렸을 경우 인간의 영역으로부터 최대한 먼 곳으로 추방하거나 살처분해야 한다.
닭, 돼지, 소가 고기가 되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애초에 고기가 되기 위해 태어난 동물 아니냐며 말하는 사람도 많다. 중요한 건 그들의 삶이 아니라 고기의 등급과 맛이므로. 마블링이 많을수록, 색깔이 붉을수록, 도축 연령이 낮을수록 맛있는 고기라는 믿음을 근거 삼아 사람들은 형태 없이 붉은 살덩이만 진열된 정육 진열대 앞에서 고기를 고른다.
하루에 수천억 마리의 동물이 죽어 고기가 되는 세상에서 고기가 되지 않은 동물들이 있다. 돼지 새벽이, 암탉 잎싹이, 그리고 다섯 마리 수소다. 이들은 다른 동물처럼 공장식 축산 시스템 아래서 태어났지만, 본능대로 살다 죽을 수 있도록 허락된 생추어리(Sanctuary)(1)에서 인간의 돌봄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있다.
고기가 될 동물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것,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늙어 죽을 때까지 돌보는 행위는 욕망 추구와 착취가 생존 방식인 자본주의 세계관 아래서 그저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새벽이, 잎싹이, 다섯 마리의 꽃풀소가 공장이 아닌 풀밭을 뛰어다니며 인간과 살을 비비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당신은 아마도 종과 종 사이, 생명과 자본 사이에 괄호 쳐 있던 폭력과 잔인함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지금 내가 먹는 것은 무엇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