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vs. 같이: 최적화에서는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일까?

권석준의 테크어댑팅 인증된 계정 · 첨단과학기술의 최전선을 해설합니다.
2023/06/02
늦가을에서 겨울철로 넘어가면서, 철새들은 삶의 보금자리를 옮긴다. 철새들 수백, 수천마리가 보금자리를 옮기는 와중에 보여주는 집단의 움직임은 마치 잘 정돈된 군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철새 한 마리 한 마리의 지능은 그렇게 높지 않을텐데, 이들은 어떻게 3차원 공간 상에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도 집단으로서의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철새의 움직임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군집 내의 개체들 각각의 에너지의 소모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집단을 이루어 이동한다는 목표에 최적화된 방식이다. 그렇지만 이를 위해 모든 철새들이 똑똑해야 하거나, 엄청 스마트한 집단의 우두머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새 개체 한 마리 한 마리는 아주 훌륭한 분산 컴퓨팅 자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철새가 먹잇감을 찾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철새가 단독으로 비행을 할 때 자기 주변에 어느 지점에 먹이가 많을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3차원 공간을 모두 일일이 탐색해 봐야 한다. 당연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새가 가진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대부분 먹이 잡이는 실패로 돌아가, 그 새는 그 날 끼니를 굶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렇지만 두 마리가 짝을 이룬다면 어떨까? 당연히 시간은 1/2로 줄어들고, 먹이를 찾을 확률은 2배로 늘어날 것이다. N마리라면 어떨까? 시간은 1/N로 줄어들고 확률은 N배로 늘어날까? 물론 N이 작은 수라면 그렇겠지만, 새떼가 충분히 많아지면 (즉, N이 충분히 커지면), 조금 더 효과적인 방법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N마리의 새 중, 어떤 새가 먹잇감이 많이 몰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곳을 '우연히' 발견했다면 다른 새보다 더 빠르게 그곳으로 날아갈 것이다. 그러면 천천히 여기저기 랜덤하게 날고 있던 새들은 '그 새가 뭔가 발견했나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실제로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음) 그 새를 따라갈 것이고, 결국 그 새떼에는 하나의 큰 흐름이 순식간에 생기게 된다. 큰 흐름이 생기기 시작하면 나머지 새들도 '뭔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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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고 방법을 토대로 자연과 사회를 해석합니다. 반도체, 첨단기술, 수학 알고리듬, 컴퓨터 시뮬레이션, 공학의 교육, 사회 현상에 대한 수학적 모델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반도체 삼국지 (2022)', '호기심과 인내 (2022, 전자책)'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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