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은 정말 소소할까요?

김경주
김경주 · 오래 마음에 남을 이야기를 쓰고싶어요
2023/12/01
얼마전 친한 후배의 할머니께서 영면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연세가 드시면서 청력이 약해지신 데다 사투리가 워낙 심하신 할머니가 영어를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얘기를 하시는 바람에 폭소가 터진 일화들은 지인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했었어요.
그래선지 직접 뵌 적 없는 분인데도 할머니의 부고가 안타까웠습니다.
외가에 내려가 장례를 치르고 온 후배는 작은 섬마을에서 태어나 같은 동네 오빠인 할아버지와 결혼해 평생 그 작은 섬에서만 살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너무 불쌍하다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90년 넘게 사셨지만 그 흔한 해외여행 한번 가본 적 없으시고,
섬 밖으로 나오신 것도 손에 꼽을 정도로 몇번밖에 없다는 거였어요.  
그때에도 기껏해야 자식들이나 친척들 집을 방문 하시는 정도였을 뿐, 
배는 멀미 나고 비행기는 무섭다 하셔서 제주도에도 가보지 못하셨다구요.
요즘같이 여행이 일상화 된 시대에, 
해외도 아닌 제주도에도 못 가보시고 평생 작은 섬에서만 살다 돌아가셨다니..
할머니의 일생이 너무 측은하게 느껴져서 평상시 할머니의 사투리 일화에 농담꽃을 피우던 지인들은 모두 숙연해져버렸습니다.

그날 후배와 헤어져 집에 돌아와  할머니가 평안하게 영면 하시길 바라며 잠깐 조용히 기도를 하고 나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여행 한번 못 가보시고 작은 섬에서 평생 사셨다는 이유로 우리가 할머니의 삶을 함부로 안타깝게 생각해도 되는건가?'
그동안 후배에게 틈틈이 들었던 할머니의 다이나믹한 일상 에피소드들은 외로움이나 우울과는 거리가 멀었고, 씩씩하고 호기심 많고 긍정적인 성격의 할머니를 구심점으로 그 가족들이 얼마나 끈끈하고 화목한 지 의심의 여지 없이 확신 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었거든요.
물론 집안 일이니 굳이 안좋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겠지만, 그점을 감안해도 분명 할머니와 그 가족들은 저희가  부러움을 느낄만큼 화목하고 우애가 깊은 가정이었습니다.
후배도 굳이 자신의 가족들 단점을 꼽자면 특출나게 잘난 사람도 없고 모자란 사람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 뿐이라는 것 정도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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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사랑하고 푸른 바다를 그리워하며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착하게 살아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작은 선의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사랑과 나눔과 오래 읽혀질 좋은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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