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 분업이 되나요? 이 영화가 본 윤리의 망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4/28
자동차 업계 제일가는 전문가도 홀로는 차를 만들지 못한다. 수많은 부품 가운데 제가 만들 수 있는 건 거의 없다시피 해도 좋다. 타이어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가 전문가로 앉아 수많은 기술의 집합체인 자동차 생산을 지휘한다.
 
때로 어떤 개념은 그 탄생만으로 사회를 진보케 한다. 분업 또한 그와 같았다. 장인 한 명이 재료 수급부터 가공, 디자인, 생산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유기그릇도 자개장도 나전칠기며 청자와 백자 모두가 그렇게 생산됐다. 분업이란 개념이 탄생하기 전까지 말이다.
 
분업은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누구는 타이어를, 누구는 문짝을, 누구는 의자를, 누구는 시트를, 누구는 디자인을 하고, 누구는 철강을 생산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개별 재료를 누구는 조립하고 누구는 유통하며 누구는 판매한다. 서로 다른 이들의 노력이 한 데 모여들어 혼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효율을 발휘한다. 각 공정이 전문화되고 효율화되는 과정,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분업화의 등장이었다.
 
분업의 혁신적 생산성은 당대 수많은 학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생산물이 대폭 증가해 부가 널리 퍼질 것이라 평가됐다. <사회분업론>의 저자 에밀 뒤르켐은 "분업은 연대감을 높여 사회통합을 부른다"며 "문명의 원천"이라고까지 극찬했다.
 
▲ 영화 <분노의 윤리학>의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범죄와 분업이 만났을 때

그러나 이를 경계한 이도 없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아버지라 해도 좋을 애덤 스미스는 "노동자들의 정신적, 문화적 쇠퇴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고, 카를 마르크스는 "분업이 인간의 소외를 초래한다"고 혹평했다. 저 유명한 알렉시스 드 토크빌 또한 "기술은 진보하지만 기술자는 퇴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는 산업화의 한 가운데 분업이 자연스레 스며든 상황을 풍자하여 비판한다. 컨베이어 벨트 한 자리에 앉은 그는 온종일 나사를 조이다 마침내 모든 것을 조이려 든다. 전체 생산과정 가운데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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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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