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 큇 QUIT
2023/10/03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낙화>
책 이름만 들으면 뭔가 부정적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다 중단하고 세상에 부적응하는 이야기가 가득할 것처럼 들린다. QUIT이라는 단어의 강렬함 때문이다. 하지만 정반대다.
꽃이 지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 다시 꽃봉오리가 피어오르듯, 저자는 가치가 없는 것들을 중단함으로써 비축한 자원을 더 높은 가치가 있는 곳에 쓰라고 강조한다.
옛날 어르신들 때부터 강조하던 덕목이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라.'
그런데 이 책이 어르신들의 조언과 결을 달리하는 부분은 '중단'에 있다. 어르신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하라고 조언하실 때 전제는 어떤 한 가지를 계속해서 무조건 우직하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예전부터 기대가치가 높기로 유명했던 일들(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금전적으로 이득이 많은 일들)을 할 때 특히 라인에서 이탈하지 말고 부상을 당하든 적성이 맞지 않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버티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버티면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 조언이 많았다.
그런 조언이 무조건 틀렸다는 건 아니다. 어떤 일이든 슬럼프와 고비가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 때마다 위기를 넘어서기보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런 조언은 죽비가 되어 자신이 이뤄야 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끈기를 갖게 해준다.
하지만 저자는 너무나도 과도하게 이런 끈기에 대한 덕목에 강조되고 중단하는 것에 대한 가치는 평가절하되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다양한 사례와 연구들을 제시한다.
여러가지 사례와 연구가 있지만 핵심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