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검거에 부쳐③]나는 정말 좋은 경찰을 안다.

원은지
원은지 인증된 계정 · 추적단불꽃
2022/11/28

🔥 alookso 원은지입니다.

엘이 잡혔습니다. 취재를 시작한 지 11달 만이고, 엘의 존재를 세상이 알린 뒤 석 달만입니다.

이번 취재에서 확인한 건 텔레그램 성착취 생태계가 건재하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에 함께 분노하며 가해자를 단죄하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피해자들은 제게 메일을 보내는 것 밖에는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습니다.

이제 엘의 범죄행위는 수사 과정에서 낱낱이 밝혀지고 사법부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alookso는 엘의 검거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 이야기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지난 1월 첫 제보를 받았을 때부터 보도가 나가기까지를 기록하려 합니다. 왜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할 곳을 찾지 못했는지, 왜 경찰이나 언론의 도움이 멀게만 느껴졌는지, 텔레그램 성착취 생태계는 어떤 상황인지 기록해 더이상은 제3, 제4의 사건이 나오지 않는데 쓰일 수 있게 말입니다.
alookso 유두호
2019년 7월이었다. 텔레그램 안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성착취 실태를 처음으로 확인한 때이다. 수많은 성착취, 그리고 성착취물을 보려고 달려드는 수천, 수만 명의 가해자들을 목격했다. 21세기 대한민국,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끔찍한 건 죄의식이 아예 사라진 ‘진공의 공간’을 지켜보는 일 그 자체였다.

처음 만난 수사관은 춘천경찰서의 사이버 수사팀 소속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때 무턱대고 노트북을 들이밀며 ‘이것 좀 보시라'고 말하는, 어찌보면 막무가내로 보일 수 있는 민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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