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만에 복직한 학교… 그 교사의 책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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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6
남자는 혼자 초등학교 운동장을 돌았다. 운동을 하러 온 옷차림은 아니었다. 천천히 걸으며 운동장을 빙빙 돌고, 또 돌고. 그러다가 힘들면 철퍼덕 앉아서 잠시 쉬었다.

어느 날은 학교 옥상에도 나타났다. 길게는 하루에 4시간 가까이 학교 곳곳에서 걷거나 앉아 있는 모습으로 발견됐다. 수상하다 여길 만도 했지만 학교 안의 누구도 남자를 신고하거나 쫓아내지는 않았다.

남자의 이름은 이양기(58). 직업은 교사. 그 초등학교에서 과학전담교사로 일했다. 하지만 그가 교무실에 있는 모습을 볼 순 없었다. 교무실엔 그의 책상이 없었다. 과학실에서 다른 교사가 수업을 하거나 방과후교실로 쓰이는 시간이 되면, 그는 늘 혼자 운동장을 돌았다.

“이양기 과학교사의 동향 추가 보고.”

어느 날 학교 업무 시스템에 뜬 문서 제목. 학교 안에서 그는 늘 혼자였지만,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그를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그 충직한 ‘눈’들은 학교 안에서 이양기 교사를 지켜보고 어디론가 성실히 보고했다.

불면의 밤이 시작됐다. 잠을 자야 한다 생각할수록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3시가 넘어 겨우 잠이 들면, 꿈에서도 늘 싸웠다. 약을 먹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극심한 두통도 시작됐다.

결국 이 교사는 다시 학교를 잠시 떠나 있기로 했다. 해임됐다 복직한 지 1년 만, ‘공익제보자’가 된 지 4년 만이었다.
2022년 우촌초 이양기 전 교감 등 6인이 참여연대 ‘올해의 공익제보자상’에 선정됐다. ⓒ참여연대
이양기 교사는 2018년 3월 우촌초등학교 교감으로 임용됐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우촌초는 대한민국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사립초등학교다. 2022년 기준 학부모 부담금은 연간 1468만 원에 달한다. 2019년 기준 우촌초의 이월금은 약 50억 원. 성북강북교육지원청 관내 다른 사립초의 이월금 평균이 약 2억 1000만 원인 것에 비해 ‘수상하리만큼’ 많다.

이 교사는 우촌초에서 수상한(?) 일이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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