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
박지선 · 페미니스트. 캣맘. 탈가정 청년
2023/07/26
[글쓰는 선-가난은 구체적인 장면이다]

사진 촬영: 본인, 탈가정 이후 이곳저곳 전전했다. 그 사이 잠깐 머물 곳이 없어 2주간의 국내여행을 떠났다. 그 첫 날. 2주 동안 내게 필요한 짐이 담긴 가방이다. 2015. 01. 20.


누군가 내게 “가난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고민하지 않고 “가난은 구체적인 장면입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SNS 및 각종매체에서 가난에 대한 혐오, 가난을 극복하고 부자가 되는 법, 부자가 되는 습관, 부자가 생각하는 법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 쏟아진다. 어떤 사람들은 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말들에 피식 웃을 수도 있겠지만, 달리 생각해 본다. 이들이 이렇게 말하는 이면에는 어떤 심리적 기제가 깔려있을까. 

가난은 구체적인 장면이라고 말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 쉼과 준비의 시간

가난하면 여백과 준비의 시간을 박탈당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사람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고 그에 맞는 진로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을 보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가난하면 이는 사치이며, 실현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쉼의 시간을 가지면 더욱 가난한 상황에 놓이게 되며, 생계를 위해 재능을 갂고 닦을 시간, 자격증 및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다. 아파서 쉬어야 하고, 쉬지 않으면 더 아파진다. 그리고 보다 안정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그럴 수가 없다. 내가 1년, 2년의 여백의 시간을 갖고 임금노동을 하지 않아도 가족의 재정적 지원으로 2~3년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람과 가난하고 그 누구에게도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없기에 본업과 추가적으로 시간제 근무를 하는 사람의 조건과 같을 수 있을까? 3시간을 공부한다 하더라도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하루 3시간 공부만 하는 사람,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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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려요. 글을 써요. 동네 고양이들 밥을 챙겨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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