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문명사로 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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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0
임채원(에든버러대 방문학자)

지금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태는 단기적이고 국제정치적인 시각의 분석이 우세하다.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태에 대한 뉴스는 주로 기독교 문명사적 시각에서 보도되고 있다. 직접 당사자가 아닌 동아시아에서도 서구 중심의 시각으로 이 사태를 보는 경향이 있지만, 적어도 동아시아에서는 제 3자적인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 사태를 분석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사태는 2001년 일어났던 9.11 테러와 여러 가지 점에서 닮아 있다. 9.11 테러에서도 미국 중심의 기독교 문명의 시각이 세계 언론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들은 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9.11 테러 이전에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이슬람에 대한 차별 정책이 행해지고 있다고 믿는 아랍인들이 미국 본토에서 테러를 감행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테러 당사자인 이슬람 문명을 일방적으로 미국 중심적으로 왜곡했다.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은 테러가 발생한 지 한달 만인 10월에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시작했고 이라크 전쟁을 연이어 일으켰다. 지금에 와서 보면 미국은 아프카니스탄에서 주둔을 포기하고 철수했으며,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되었던 대량 살상무기도 확인되지 않아 미국이 일으킨 전쟁은 명분을 잃었다. 오히려 서구 각지에서 ‘외로운 늑대’와 ‘이슬람 국가(IS)’의 등장으로 문명 충돌의 양상은 더 악화되었다. 이번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사태 이후에 이스라엘 중심으로 가자 지구가 재편된다면, 그 동안 잠복해 있었던 ‘외로운 늑대’ 등 유럽 각지에서 테러와 분쟁은 더 증폭할 것이다.
   
미국 문명의 쇠퇴를 상징하는 트럼프에 의한 아브라함 협정
   
동아시아 국가인 한국은 아시아 대륙의 반대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번 사태를 좀 더 거시사적인 안목과 국제정치적인 시각을 넘어 문명사적인 눈으로 분석하면 새로운 통찰과 이해관계를 발견하게 된다. 한국인들은 해방 이후 미국적인 시각과 기독교적인 시각을 주류적인 견해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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