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송무한지 6개월된 썰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도 한동안은 송무와 연이 없다가 2023. 8. 8.자로 송무를 하게 되었으니, 송무를 하게 된지도 이제 6개월이 넘었다. 형사소송보다 민사소송이 조금 더 오래 걸리긴 하지만, 6개월이면 대략 한 사이클 돌리는 시기인 것 같다. 한 사이클이라 함은, 내가 어떤 사건에 대해 시작부터 끝까지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주로 피고 측의 입장에서 송무를 하니까, 답변서를 받을 때로부터 판결문을 받을 때까지의 시간이 짧으면 6개월 정도 걸린다는 말이다. 짧다면 짧은 6개월이지만 벌써부터 송무에 익숙해진 기분이다. 물론, 초보운전자들이 '나 이제 운전 좀 잘 하는데?'라고 말하면 꼭 접촉사고가 난다고는 하더라.
작년 8월에 처음 변론기일에 출석할 때, 내 차례가 되기 30분 전부터 법정에 들어가서 방청석에서 긴장하며 사건기록을 보며 대기하던 때가 엊그제같은데, 이제는 대략 10분 전에 들어가서 폰 좀 보다가 내 차례가 되면 후다닥 들어가서 대충 목례하고 앉는 정도가 되었다.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열심히 야근을 해서 사건을 '쳐낸' 덕분에, 지난 12월부터는 야근을 아예 하지 않고 있다. 내 회사의 특성상 내가 맡는 소송사건의 유형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준비서면 하나 쓰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특히 2월에는 판사님들 인사이동 시즌이라 그런지 변론기일이 거의 잡히지 않았고, 그 덕분에 업무량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지금 맡고 있는 사건은 본안사건만 해도 50건이 넘는다. 사실 서초동 로펌 기준으로도 적은 갯수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요즘 내가 체감하는 업무량은 꽤 적은 편이다. 2월엔 변론기일 출석을 1주일에 1번도 안 해서 그런 것도 있는데, 아무래도 (대략 20건 정도 되는) 과거사사건이나 군사망사건 관련 국가배상소송은 거의 쟁점이 유사하기 때문에 서면을 쓰는 데 시간이 적게 드는 점도 큰 것 같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유로 오랜 기간 변론기일이 추정('추후지정'의 약자)중이라 진행되지 않고 있는 사건도 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