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철학) 원시의 문과 현대의 문 - 문(門)이란 무엇인가?(3)

실컷
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03/25
광화문(서울시-내 손안에 서울)
그러나, 나는 여기서 분명하고 솔직하게 원시의 문에 대한 논의를 방치하고 있음을 지적해야 한다. 원시의 문은 오늘날의 문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그것은 자연 동굴이 갖는 특성이 앞서 언급한 건축물의 문 혹은 입구와는 가질 수 있는 의미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확실하게도 최초의 문은 그저 허공일 뿐이 아닌가? 벽과 구분되는 문짝조차 없는 것을 어떻게 문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답해야 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에는 추상적 의미가 담길 수 있고, 이는 최초의 문이 갖는 의의 즉 공간을 나누어 인식할 수 있음을 보이는 것과 연관이 있다. 동굴의 안쪽은 안전한 곳이며 바깥쪽은 그렇지 않다. 이 인식은 ‘열려라 참깨’를 통해 동굴 입구를 바위로 틀어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 마찬가지인 문들에 대해서도 ‘문’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들은 반쯤 열린 문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반쪽 짜리의 덜 된 문이 아니다.
경복궁의 대문 역할을 하는 광화문(문화재청)
개선문을 그 의미적으로 보면 그 문을 지나는 이는 개선 장군이다. 개선문이 너머의 가치에 지대한 기여를 한 이를 환영하기 위한 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울리지 않는 이가 그 문을 의미적으로 지나려 할 경우, 패잔병이 개선문을 지날 수 없음과 같이 당연히 저지된다. 조선 왕조에 뿌리 깊은 증오를 가지고, 왕정의 역사를 불태워 소멸시키는 것이 대한민국의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믿는 사람은 경복궁 입장권 판매소에서 경찰에 넘겨질 것이다.

종교적 의미를 담은 문은 이러한 문의 의미를 보다 잘 드러낸다. 가령 불교 사찰의 천왕문은 사천왕이 들어오는 이들을 노려보며 지키고 있는 문이다. 기독교에서도 천국으로 들어서는 곳을 천국의 문이라고 일컫는다.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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