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불량식품과의 전쟁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5/04
식생활에 대해 할 말이 별로 없는 편이다. 현대 한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성인의 식생활의 평균 다양성 점수를 100이라고 잡으면 나는 아마 40에서 50 정도가 아닐까 의심한다. 일단 정상적인 아침 식사는 하지 않는다. 효율성과 체중 감량을 위한 선택이다. 대신에 유행이 좀 지난 ‘방탄 커피’를 마신다.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리고, 여기에 MCT 오일과 버터를 일정량 섞어 만드는 커피다. 간단히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영양 식사라고 하기에는 어렵고, 간헐적 단식을 보조하는 수단에 가깝다. 저녁부터 긴 공복 상태에 들어가면 자기 지방을 분해시키는 타이밍이 오는데, 이를 더 길게 유지하면서 당장 저장하지 않고 쓸 에너지로 지방을 공급하는 게 바로 방탄 커피의 원리라고 한다. 제법 과학적인 것 같다. 이를 음용해서 몇 킬로나 뺐다고 후기를 남긴다면 멋지겠지만, 그렇게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일단 회사를 다니는 석달 동안 착실하게 찐 3킬로그램 정도는 다시 뺀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으로 간식이나 야식 따위를 먹지 않은 덕이고, 방탄 커피가 여기에 어느 정도의 부가적 효과를 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건강 기능 식품과 마찬가지로 이런 종류의 음식은 효과를 측정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심지어 간헐적 단식이 감량에 효과가 빼어난지에 대한 논란도 많다. 자가 포식 상태가 특별한 효과를 일으킨다기보다는 그냥 간헐적 단식이라고 여긴 시간 동안 뭘 먹지 않은 만큼 열량 섭취가 줄어들 뿐이라는 연구 결과도 주워들었다. 소식과 공복 상태 유지가 노화를 늦춘다는 얘기는 대체로 사실로 여겨지고 있으니 의미는 분명 있겠지만, 간헐적 단식후에 방탄 커피로 지방을 섭취하는 것보다는 이것도 그냥 안 먹는게 감량에는 나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방탄 커피의 이점은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것보다는 아침을 번거롭게 이것저것 챙기거나 고심해서 먹는 대신에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절실하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가족들이 모여 앉아서 대단히 든든하게 먹는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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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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