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꼭 맞는 나이와 행복을 찾아서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6/05


최근에 나이를 먹을수록 사는 게 더 즐겁고 신나게 되었다는 얘기를 어디서 본 적이 있다. 일단 긍정적이고 멋진 사고방식이라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나이를 먹으면, 또는 경험이 쌓이면 취향이 정립되어 자기가 즐기던 것을 더 깊이 있게, 즐겁게 즐길 수 있게 되긴 하는 것 같다. 즐거움에 능숙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에 뛰어들 자신이나 여유는 줄어들기 마련이고, 삶의 변화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요컨대 능숙해진 삶을 조명하면 나이 먹을수록 멋진 삶이 되고, 여유를 잃고 비좁아진 삶을 조명하면 유연성을 잃고 판에 박힌 인생살이가 되는 셈이다. 인생살이 다 마음가짐에 따른 것이니 좋은 쪽을 보고 살면 즐겁고 행복한 삶이 된다는 식의 행복 전도사 같은 소리는 아니고, 삶을 따져 보는 데에도 여러 관점이 있으니 나이를 먹어서 즐겁다 슬프다 간단히 이야기할 건 아닌 것 같다는 말이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100퍼센트 좋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산 채로 나이를 안 먹을 사람은 없으니 나이를 먹을수록 더 좋아진다는 생각이 일반화되는 게 사회적으로 건강한 흐름이긴 하겠다. 연예인마다 방송에 나와서 예전과 비교하면 어떻냐는 질문에 ‘갈수록 힘들고 책임이 무겁고 한 자리에 안주하게 되고 후회스러운 것만 생각나요’ 같은 한탄을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긍정적인 방향이다.

예전에 북튜버 '겨울서점'님의 방송에서 애청자 메시지로 '언니 너무 멋있고, 저도 빨리 서른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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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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