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선
박지선 · 페미니스트. 캣맘. 탈가정 청년
2023/07/10
[글쓰는 선-피 투성이가 된 나를, 너를 안고]

사진: 본인. 재료: 캔버스에 나이프로 아크릴 작업. 2019. 09. 08.

지독한 아픔이다.
세상이 무너질 듯한 아픔이다.

한 줄기의 빛조차 없는 암흑에 갇혀 버릴 것 같다.
이곳이 어디인지, 얼만큼 더 걸어야 하는지, 동서남북이 어디이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시간의 흐름도, 계절의 변화도, 소리도, 냄새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 요청

어떤 사람이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에게 말한다.
“날 사랑한다면 제발 이 고통에서 날 놓아주면 좋겠다. 죽고 싶으니 제발 내 손목을 그어달라.”
아비는 그런 자식의 간곡한 요청에 생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꼈을 것이다.

일요일 아침. 눈을 떠 보니, 아침 8시가 넘었다.
일어나자마자 핸드폰 화면 잠금해제를 위해 네 자리의 비밀 번호를 눌렀다. 메모장 용도로 쓰는 카톡에 한 줄 이지만 간신히 꿈의 내용을 기록한다.

또 다른 장면이다.
누군가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제발 생명을 이 세상에 함부로 내 놓지마. 삶은 지독한 아픔이야.“


생생한 꿈을 꾸고 나면

온 몸에 힘이 빠진다.
잠의 세계에서 날 계속 초대한다.
무기력해진다.

아침식사 차릴 기운이 없어 배달어플을 켜고, 리조또를 주문했다.
밥을 먹고 바로 다시 눕는다. 잠의 세계에 다시 간다.

심해에 있는 물고기가 된 것 같다.
물 밖으로 잠깐 점프할 수 있는 돌고래가 되기 위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외출복으로 갈아 입는다.


#  눈물

꿈의 내용이 너무나 강력해서, 원래 상담 받기로 한 내용은 저 아래로 순위가 밀려나고 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 꿈에서 어떤 사람이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에게 ”날 사랑한다면 제발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줘. 나 정말 죽고 싶어. 내 손목을 그어줘.“라고 말했어요. 그 사람이 장애를 가졌는지, 큰 병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나이대는 10대 후반 이상이였어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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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려요. 글을 써요. 동네 고양이들 밥을 챙겨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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