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아에오(13)] 그런 말로 꼭 제 마음을 할퀴어야 하나요?

케이크여왕
케이크여왕 · 평범함을 꿈꾸는 엄마
2024/03/29
Image by Chrys Monica Eka Sari Winarno from Pixabay
아이가 하루에 최소한 한 개 이상 센터 수업을 받다 보니 자연스레 대기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 아이는 초반엔 친정엄마가 센터에 데리고 다녔고 초등학교 때부턴 활동 보조 선생님이 데리고 다니셔서 그런지 나는 센터에서 불쾌한 일을 겪을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센터에 가는 날은 활동 보조 선생님의 휴가 때와 방학 때, 오전에 센터 스케쥴이 잡혔을 때였다. 같은 요일, 같은 시간마다 만나서 그런지 나 빼고 모두 아는 사람인듯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들었던 이야기는 “오늘은 엄마랑 왔네?”였다. 나는 워낙 누군가와 떠드는 걸 좋아해서 누가 말을 시키면 신나게 대화에 참여한다. 그런 나에게도 버거운 상대가 있으니 비교 대마왕들이랄까. 이분들의 특징은 같은 처지에 다른 아이보다 우리 아이가 낫다는 뉘앙스의 말을 굳이 열심히 퍼트리신다. 발달장애 아동의 엄마라는 것은 나를 모조리 소진할 만큼의 체력과 정신력을 요하는 업이다. ‘엄마는 다 그런 거야’로 퉁치기엔 육아의 난도가 어마무시하다. 이 세계의 삼악도(지옥)가 있다면 우리가 그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가끔 의심할 때가 있을 정도다. 그렇기에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전우들을 언제나 다독여주고 싶다. 누가 쓰러지면 같이 어깨동무하고 나가면서 우리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사회에 녹아서 살아갈 수 있게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을 텐데 굳이 아이들을 비교하는 분들이 있다. 최악은 우리 아이는 정상발달 아이인데 조금 느려서 센터에 다니는 것이지 여기 다니는 아이들과 동급이 아니라는 말을 뱉는 사람들이다. 누구나 우리 아이가 정상발달하길 희망하지만, 굳이 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그리고 발달이 잠시 느려서 센터에 다닌다고 한들, 굳이 그 말을 뱉어서 중증 장애아이 엄마들의 마음을 할퀴어야 할까.
   
또 다른...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매일 글을 업로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글이 안 올라오는 날엔 아이들을 돌보냐고 시간을 못내서 그렇습니다.
24
팔로워 12
팔로잉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