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인
읽고 쓰는 삶
책을 통해 세상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를 들여다봅니다. 삶과 앎이 분리되지 않는, 삶을 돌보는 기예로서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했고, 독립출판물 『영국탐구생활』을 썼습니다.
에어북 출간 소식을 알립니다 - 안정인, 삶을 돌보는 책 읽기, 얼룩소
[어린이날] 함께 지어 더 즐거운 '놀이밥' - 편해문,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소나무
[어린이날] 함께 지어 더 즐거운 '놀이밥' - 편해문,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소나무
지난 5월 어린이날, 올해는 대학 친구들 세 가정이 모여 1박 2일을 보내기로 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만났으니 이제 20년이 넘는 찐친들이다. 저출생 시대가 무색하게 다들 아이들을 많이 낳았다. 기본 아들 둘로 시작해 아이가 셋, 무려 넷인 집도 있다. 이번엔 중학생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아이 9명 어른 6명 도합 15명이 모였다. 지난번에 만났을 때 함께 농구하는 재미를 알아버린 녀석들은 이번에도 실컷 농구를 하리라 벼르고 있었다. 그래, 밖에서 에너지를 좀 빼고, 바비큐를 하고, 영화를 틀어주면 되겠다. 그런데 두둥, 비가 온단다. 그것도 호우주의보! ‘그럼 이 에너지 덩어리들을 데리고 하루 종일 뭘 하나...’ 어른들은 고민에 빠졌다. 그때 한 친구가 아이디어를 냈다.
“실내 체육관을 대여할 수 있는지 알아보면 어때?”“와, 그거 좋은 생각인데?!”
가평군 내 가능한 체육관에 일일이 연락을 돌려 마침내 대여할 수 있는 곳을 찾았을 때,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어버이날] 육아의 기쁨과 슬픔 -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 포이에마
[어버이날] 육아의 기쁨과 슬픔 -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입니다>, 포이에마
엄마가 된 지 10년이 넘었다. 인생의 1/4을 엄마로 보냈구나, 뒤늦은 자각이 든다. 30대 초반 아이를 낳은 뒤 단 하루도 그 짐의 무게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삶의 우선순위도 바뀌었다. 엄마가 된 후 육아는 다른 어떤 것보다 나에게 첫 손가락에 꼽히는 일이 되었다. 그러니 육아라면 나도 할 말이 많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든 오랜 질문은 이런 것들이었다.
사랑하는데 왜 같이 있으면 힘들까?왜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이토록 원할까?엄마로 살면서 온전히 나일 수 있을까?
아이들을 키우며 자주 행복했다. 보드라운 살결에 입을 맞출 때, 품에 꼭 안고 있을 때,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을 때, 뒤뚱거리며 뛰어와 안길 때 더없이 충만했다. 내가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엄마라는 사실에 감탄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말을 할 때도(“엄마, 다람쥐묵 주세요.” 같은. 알고 보니 도토리묵이었다!) 아이의 모든 처음을 목도하는 일도 새로운 기쁨이었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새로운 ...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떠올리게 하는 당신께 -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등대로』, 민음사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떠올리게 하는 당신께 -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등대로』, 민음사
친애하는 램지부인께
안녕하세요 부인,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서 기뻐요. 저는 2023년 한국에 사는 40대 초반 여성 안정인이라고 합니다. 『등대로』를 읽고 가장 마음에 와닿는 등장인물을 골라 편지를 쓰라는 주문에 누구를 고를까 오래 망설였어요. 다시 찬찬히 책을 읽은 뒤 당신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 읽었을 때와 두 번째 읽었을 때 가장 새롭게 다가온 인물이 램지 부인이기 때문입니다.
고백하자면 처음 책을 읽었을 때 저는 부인께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어요. 모두가 당신의 아름다움과 위엄, 헌신을 찬탄하지만 제 눈엔 당신이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늘 공감과 찬사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허약한 내면을 가진 램지 씨를 떠받드는 모습이 답답했고, 그의 불같고 까다로운 성미에 당신이 일조했다고도 생각했어요. 애써 민타와 폴을 맺어주려고 하거나 애초에 결혼 생각이 없는 릴리에게 자꾸 결혼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도 고리타분하게 보였어요. 엄마...
나의 ‘간직하고픈’ 단어들의 사전 - 핍 윌리엄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엘리출판사
나의 ‘간직하고픈’ 단어들의 사전 - 핍 윌리엄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엘리출판사
여성학을 공부한다는 건 내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첫 학기에 한 교수님이 “남아선호사상이라는 단어는 아들 밝힘증으로 바꿔야 한다” 일갈하셨을 때의 해방감을 기억한다. 그렇지. 자유주의 사상, 민주주의 사상도 아니고 남아선호를 무슨 사상씩이나 붙이나. 아들 밝힘증, 병 맞네 뭐! 쨍한 얼음물을 마신 것처럼 머릿속까지 시원하고 통쾌했다. ‘태초에 목소리가 있었다’는 또 어떤가.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성서 구절을 살짝 비튼 이 멋진 문장은 단 하나의 진리, 경전, 로고스의 권위를 사뿐히 뛰어넘는 힘이 있다. 객관과 중립의 장막을 걷어내고 나면 여성들의 말과 글이, 삶과 투쟁이 중요한 무게감으로 다가왔다. 그 과정에서 작지만 힘찬 목소리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컸다. 낡은 고정관념을 부수고 새로운 시선으로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법, 나 자신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귀하게 여기는 법을 여성학에서 배웠다.
반면, 엄마로 살아가는 건 내 안에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단어들을 목도하...
오래 품은 질문, 오래 기다린 대답 - 정혜신, <당신이 옳다>, 해냄출판사
하고 싶은 것을 묻는다면 - 아니 에르노, <얼어붙은 여자>, 레모출판사
노란 리본 같은 책 - 홍은전의 <그냥 사람>, 봄날의책
당신을 위해 쓰겠습니다 - 메리 파이퍼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
당신을 위해 쓰겠습니다 - 메리 파이퍼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
얼마 전 혼자 동네에 좋아하는 국숫집을 찾았다. 점심시간이라 하나 남은 빈자리에 앉았다. 주문하고 수저를 챙기는데 옆자리 모녀의 대화가 들렸다. 일부러 엿듣지 않아도 다 들릴 만큼 크고 또렷한 소리였다.
“특목고 준비해. 엄마는 너 일반고 가는 거 싫어.”
평일 점심시간, 소박한 동네 식당에서 나올만한 대사는 아니다 싶어 놀랐다. 몰래 맞은편에 앉은 딸의 얼굴을 흘깃 보았다. 아이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대차게 말대꾸라도 하면 좀 덜 안쓰러웠을 텐데,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고개를 숙인 모습에 마음이 쓰였다. 잠시 후 일어선 아이의 등에 짊어진 가방이 유독 크고 무겁게 보인 건 내 기분 탓일까. 몇 주가 지난 지금도 엄마의 단호한 목소리와 아무 말 없던 아이의 굳은 표정이 계속 생각난다.2024년 3월, 교육운동단체 글쓰기모임에서 함께 읽을 책으로 작가이자 심리 상담가인 메리 파이퍼의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을 추천했다....
어떠한 댓가를 치르더라도 -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킨>, 비채
어떠한 댓가를 치르더라도 -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킨>, 비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