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메이커> 앙꼬 빠진 사회 정의 구현 드라마
2023/04/19
대기업 전략기획실에서 일하며 한 번도 실패해 본 적 없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인 황도희(김희애)가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을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드라마라고 하니 기대가 컸다. 연기 잘하기로는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을 두 배우가 처음으로 합을 맞추는 드라마인 데다,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정치 드라마(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19.1%,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여성 장관 비율 17%, 여성 광역단체장 비율 0%이니 드라마가 아닌 현실 정치도 다를 바 없다.)에서 제대로 된 우먼 파워를 보여주리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척 기대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기대했던 바에 크게 못 미치며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듯하다. 그동안 남자들만 가득한 정치드라마 장르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평도 있지만, 대체로 이야기의 짜임새나 연출, 극의 완성도에서는 혹평을 하는 이들이 많다. 진부한 클리셰만 가득한 드라마의 주요 배역도 이제 여자 배우들이 나온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의미라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창작물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때로는 단점이 무수한 작품이라도 확실한 장점 하나만으로도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퀸메이커>는 지금으로선 신중하게 판단하더라도 총체적으로 실패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왜 실패했을까? 너무 뻔한 캐릭터의 문제일 수도 있고, 클리셰 가득한 진부한 연출의 문제일 수도, 게으른 시나리오 문제일 수도, 이 모든 것이 복합적이었을 수도 있다. 혹은 시청자들이 잘 알 수 없는 제작상의 어떤 심각한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분석은 드라마 비평가들이나 문화평론가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나는 좀 다른 측면에서 이 드라마의 실패 이유를 생각해보고 싶다.
<퀸메이커>가 정치드라마로 실패한 지점
나는 이 드라마가 '여성 드라마'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주요 배역을 남자 배우로 바꾼다 한들 재미없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보다는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