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지글러, 인간 섬
왜 ‘문제’라는 단어는 약자에게 붙을까? 난민 문제, 노인 문제, 장애인 문제… 마치 이들의 존재가 문제라는 뉘앙스지 않은가? 물론 우리는 글자 사이의 맥락을 읽는다. 난민(이 고통을 겪는) 문제라고. 그러나 자꾸만 ‘난민 문제’, ‘노인 문제’를 입에 담아보니 사회의 골칫거리를 바라보는 표현 같다. 이 단어의 발화자는 주로 문제 바깥에 위치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난민이 아닌 사람들.
이 책은 난민 문제 바깥에 위치한 사람/기관/사회가 난민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얼마나 진심이 아닌지, 어떻게 배제하기 위해 애를 쓰는지 폭로한다. 번듯한 이름과 정책 아래엔 차별과 폭력이 있었다. 여러 명의 난민이 뗏목 하나로 지중해를 건너온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이들이 유럽 남쪽 국경의 수용소에 배치되고 그곳에서 비인간적인 생활한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이 자국에서는 교사와 변호사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한 국가에서 어엿한 삶을 일궜던 사람들이 모든 입지를 포기하고 도망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뜻이다.난민에 대한 고정관념이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 자국에서 빈곤했기에 도망쳤을 거라고 지레짐작한 것일...